[오늘의 눈] 루빈과 李揆成

[오늘의 눈] 루빈과 李揆成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1999-05-26 00:00
수정 199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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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미국과 한국은 며칠 사이로 각각 재무(재경)장관을 바꿨다.관심을끄는 것은 자리를 떠난 두 사람 다 역대 가장 ‘빛나는’ 재무장관 가운데한 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난 12일 사임한 로버트 루빈(61) 전 미 재무장관은 98개월째 이어지는 미국경제 장기호황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95년 그가 취임할 때 4,000포인트를 가리켰던 다우지수는 11,000대로 치솟았고,미국은 40년 만에 흑자 예산시대를 열었으며 실업률은 4.3%까지 내려갔다.

24일 물러난 이규성(李揆成·60) 전 재정경제부장관은 ‘환란(換亂)’의 수렁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1년3개월 전 취임 당시 달러당 1,500원대였던 환율은 1,190원대로 떨어졌고,20%를 웃돌던 시중금리(회사채수익률)도 8%대로 끌어내렸다.570포인트대에서 허덕이던 주가는 한때 800선까지 뛰어올랐다.

두 사람은 적당한 때를 골라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나는 뒷모습도 닮았다.모두 튀지 않는(shy) 스타일이어서 개성이 강한 경제팀을 원만하게 리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루빈이 2,000여만달러의 월스트리트쪽 고액연봉을 포기하면서 국사(國事)를 택했다면 이 전장관은 환란수습에 따른 과중한 업무로 건강을 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물러나면서 받는 대접에 있어서는 사뭇 차이가 있는 것 같다.루빈은 퇴임시 지나치다싶을 만큼 극찬을 받으며 떠났다.그에 비하면 이 전장관에 대한 배웅은 좀 초라해 보인다.이같은 예우가‘영웅 만들기’에 인색한 우리 사회 특유의 정서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상념에 잠긴다.

사실 미국정부와 여론이 그렇게 ‘띄웠던’ 루빈도 알고보면 과대포장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미국의 호황이 루빈 취임 훨씬 전인 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는 점만 보더라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이 전장관이 재임 중 ‘과(過)’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공(功)’이 그것보다 클 때는 칭송을 아끼지 않는 문화를 가꾸었으면한다.이제 우리도 ‘스타 장관’‘스타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김 상 연 경제과학팀 기자
1999-05-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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