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영정 든 네살배기 5·18묘역 관리원으로

아버지 영정 든 네살배기 5·18묘역 관리원으로

남기창 기자 기자
입력 1999-05-15 00:00
수정 199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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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무척 원망스러웠지만 이젠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80년 5·18의 참상을 상징했던 사진 속의 꼬마 조천호(曺天鎬·당시 4세)씨가 또다시 그날이 다가오자 역사의 현장에서 아픈 상흔(傷痕)을 추스르고 있다.그는 올해 23세로 지난해 5·18묘지 관리사무소 공무원으로 특채돼묘역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상복을 입은 꼬마가 초점없는 눈동자로 아버지 영정을 품에 안고 입술을깨물며 앉아있는 모습’ 이 사진은 국내 보도가 통제되던 그당시 외신기자(AP통신)의 타전으로 전세계 신문과 방송에 오르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씨의 아버지 사천(四天·당시 34세)씨는 그해 5월 21일 오후 1시쯤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처참한 모습으로 숨졌다.

“아저씨가 저 꼬마예요,아저씨랑 많이 닮았네요”우르르 몰려든 초등학생들이 사진앞에 서 있는 천호씨를 찬찬히 뜯어 보면서 물어봤다.“그래,맞아”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뒤편에서 이 말을 들은 아주머니들이 조씨의 등을 두드리며격려했다.“이렇게 당당한 청년으로 자라줘서 고맙네,아버지 없이 고생은 얼마나 했을까…” 조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88년 이 사진을 5·18관련 책자에서 우연히 확인했다.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할머니는 87년 선거용 팸플릿에서 이 장면을보고 쓰러져 사흘만에 돌아가셨다고 가슴아파한다.조씨는 “이제는 아버지도편안하실 겁니다.제가 이렇게 옆에서 매일 돌보고 있으니까요”라며 웃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1999-05-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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