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살아본 사람이면 박정희정권의 ‘유신’시대가 얼마나 암흑시대였는가 알고도 남을 것이다.오죽 했으면 독재권력의 핵심,중앙정보부장이 ‘유신’ 핵심부의 대통령과 그 경호실장을 살해했겠는가.
현대사회에서 정치의 영향력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아는 일이지만 ‘유신’ 독재의 독소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유신’정권이 이른바 국적 있는 교육 운운하면서 그때까지 검인정이었던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국정으로 한 것도 그 하나였다.
제국주의 일본의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괴뢰 만주국 장교 출신 박정희정권이 이른바 친일 콤플렉스를 감추고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체성이니,국적 있는 교육이니,한국적 민주주의니 하면서 국사교육을 강화한답시고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대학의 교양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했다.‘유신’정권의 이같은 횡포에 대해 학계의 극히 일부에서 반대가 있었으나 저지할 수 없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당시 문교부 편수관이 와서 국정화하는 국사교과서의한 부분을 집필하라기에내가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학자들도 모두 집필을 거부할 것이므로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집필자를 못 구해서도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그러나 얼마 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져 나온 것을 보고 얼마나 세정에 어두운가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신’정권이 무너진 후 대학의 교양 국사과목은 필수과목에서 풀려갔지만,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김영삼 문민정부시대도 김대중 국민의 정부시대도 그대로 국정인 채로 있다.
일일이 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민주주의 국가라 자처하는 나라치고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그 예가 거의없지 않은가 싶다.이웃 일본의 경우 역사교과서의 검인정마저도 거부하면서 투쟁한 학자들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크게 진전시키겠다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 아래서도‘유신’ 잔재 국정 국사교과서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유신’ 잔재를 구시대의 유물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하고 있는 일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조선왕조와 같은 전제군주시대에는 국가기관으로 춘추관이 있어 왕조사로서 국사를 편찬했다.잘 알다시피 조선왕조실록이니 하는 것이 모두 그렇게 해서 편찬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시대에는 국가기관이 국사를 편찬해서는 안된다.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또 쓰는 일은 어디까지나 민간 학자들의 소임이다.
국사를 국가기관에서 편찬하는 일 자체가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뚜렷한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없다.국가기관은 다만 역사자료를 충실히수집하고 간행해서 민간 학자들이 이용하게 해주면 된다.국립사료관이나 문서관이면 된다는 말이다.
군사독재시대에는 그랬다 해도 김영삼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 와서도 중·고등학교의 국사교과서가 국정인 채로 있고 그것을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말해 보면 무엇보다도 국사학계 그리고 집권층 및 교육 관료들의 의식 부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할 때 어느 역사학회도 반대성명 한 장 낸 일이없었다.그런 역사학회니까 ‘유신’정권이 무너진 지 20년이 넘도록 국사교과서가 국정인 채로 있을 수 있고,역사학계가 그러니까 집권층이나 교육 관료의 역사인식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정치의 영향력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아는 일이지만 ‘유신’ 독재의 독소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유신’정권이 이른바 국적 있는 교육 운운하면서 그때까지 검인정이었던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국정으로 한 것도 그 하나였다.
제국주의 일본의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괴뢰 만주국 장교 출신 박정희정권이 이른바 친일 콤플렉스를 감추고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체성이니,국적 있는 교육이니,한국적 민주주의니 하면서 국사교육을 강화한답시고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대학의 교양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했다.‘유신’정권의 이같은 횡포에 대해 학계의 극히 일부에서 반대가 있었으나 저지할 수 없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당시 문교부 편수관이 와서 국정화하는 국사교과서의한 부분을 집필하라기에내가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학자들도 모두 집필을 거부할 것이므로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집필자를 못 구해서도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그러나 얼마 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져 나온 것을 보고 얼마나 세정에 어두운가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신’정권이 무너진 후 대학의 교양 국사과목은 필수과목에서 풀려갔지만,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김영삼 문민정부시대도 김대중 국민의 정부시대도 그대로 국정인 채로 있다.
일일이 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민주주의 국가라 자처하는 나라치고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그 예가 거의없지 않은가 싶다.이웃 일본의 경우 역사교과서의 검인정마저도 거부하면서 투쟁한 학자들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크게 진전시키겠다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 아래서도‘유신’ 잔재 국정 국사교과서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유신’ 잔재를 구시대의 유물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하고 있는 일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조선왕조와 같은 전제군주시대에는 국가기관으로 춘추관이 있어 왕조사로서 국사를 편찬했다.잘 알다시피 조선왕조실록이니 하는 것이 모두 그렇게 해서 편찬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시대에는 국가기관이 국사를 편찬해서는 안된다.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또 쓰는 일은 어디까지나 민간 학자들의 소임이다.
국사를 국가기관에서 편찬하는 일 자체가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뚜렷한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없다.국가기관은 다만 역사자료를 충실히수집하고 간행해서 민간 학자들이 이용하게 해주면 된다.국립사료관이나 문서관이면 된다는 말이다.
군사독재시대에는 그랬다 해도 김영삼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 와서도 중·고등학교의 국사교과서가 국정인 채로 있고 그것을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말해 보면 무엇보다도 국사학계 그리고 집권층 및 교육 관료들의 의식 부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할 때 어느 역사학회도 반대성명 한 장 낸 일이없었다.그런 역사학회니까 ‘유신’정권이 무너진 지 20년이 넘도록 국사교과서가 국정인 채로 있을 수 있고,역사학계가 그러니까 집권층이나 교육 관료의 역사인식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1999-04-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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