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DJ와의 만남/청와대 해외입양동포 다과회 눈물바다

인생을 바꾼 DJ와의 만남/청와대 해외입양동포 다과회 눈물바다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1998-10-24 00:00
수정 1998-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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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해외서 만난 입양 여학생 “운명에 굴복말라” 용기 심어줘/법률자문가 돼 10년만에 해후

23일 오후 청와대에서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金大中 대통령과 해외입양 동포들의 청와대 다과회 자리에서 가슴저린 해후가 있었다고 朴仙淑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金대통령이 말문을 열었다.金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마음으로부터 미안하고 우리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그러면서 ‘네덜란드의 한 식당에서 만난 노부부가 한국인 장애입양자들에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떠먹이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 울어버렸다’는 지인(知人)의 얘기를 소개했다.

이어 지난 88년 2월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동포리셉션에서의 일화를 들춰냈다.기모노를 입은 한 여학생이 일어나 질문을 하기에 ‘일본 여학생이구나’했는데 “나는 한국에서 온 입양아다.당신 나라는 우리는 물론 지금도 아이들을 낯선 외국으로 팔고 있다.한국의 정치지도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느낀 대로 “부끄럽기짝이 없다.그러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회고했다.“그 여학생은 ‘20년 맺힌 응어리가 풀렸다’고 인사했고,몇년이 지난 후 기자가 되어 스웨덴을 방문중인 나를 인터뷰하러 찾아왔었다”고 털어놨다.그리고 “그 여학생이 지금 성공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소개했다.지금은 스웨덴에서 법률자문사로 일하는 리나 김경애씨(33)가 일어섰고,흐느낌 속에 박수가 터져나왔다.리나씨는 “민주주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을 다시 만나 정말 기쁘다.그때의 만남이 저를 바꿔놓았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한국전쟁때 미국으로 입양된 크리맨트 토머스(46)가 “과거는 과거이고 바꿀 수 있는 것도,또 바꾸고 싶은 것도 없다.과거에 대해서 후회도 없다”며 대통령이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어줘 고맙다고 했다.모두가 하고 싶었던 얘기였든지 다과회장은 삽시간에 ‘흐느낌의 개울’에서 ‘울음의 바다’로 변했다.金대통령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우리말을 할 줄 아는 동포는 아무도 없었다.<梁承賢 기자 yangbak@seoul.co.kr>
1998-10-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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