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간선도로가 무허가라니(사설)

동부간선도로가 무허가라니(사설)

입력 1998-08-19 00:00
수정 1998-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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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폭우로 서울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중랑천변이다.서울에서 침수 피해를 당한 총 4만여가구의 절반이 넘는 2만4,500가구가 중랑천 주변의 주민들이다.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이 하천의 둔치에 놓인 동부간선도로를 건설할 때부터 우려하던 상황이 폭우로 현실화된 관재(官災)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건설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89년 서울시로부터 중랑천 둔치에 도로를 내겠다는 ‘하천부지 점용승인’ 신청을 받고 96년까지는 편도 3차선의 고가도로로 교체하고,2001년까지는 편도 5차선으로 확장하라는 조건을 붙여 승인했다.그러나 연장 14.2㎞의 동부간선도로는 놀랍게도 94년 완공 이후 지금까지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임시 도로다.고가도로로 바꾸라는 조건을 안 지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하천관리위원회는 승인 당시 둔치에 도로가 생기면 유수의 단면이 좁아져 수위가 높아지고 범람의 위험도 커진다며 이런 조건을 붙였다.포장도로 위로 흐르는 물은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에 제방에 치명적인 압력을 가해 최악의 경우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이번 물난리를 족집게처럼 예언한 셈이다.

서울시가 중랑천 둔치에 동부간선도로를 뚫기로 한 것은 지난 88년.상계동과 중계동에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단지(8만여가구)의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하천부지를 택할 경우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民怨)은 물론 건설비용도 적고 공기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그래서 앞으로 고가도로를 세우라는 조건까지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서울시는 지금 동부간선도로를 허물고 고속도로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1,003억원이나 들여 만든 도로를 허물고 새 고가도로를 만들려면 7,000억∼8,000억원이 드는데다 그 교각이 오히려 물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한다.건설 당시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마당에서 이처럼 한가한 답변을 하는 배짱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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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중립적인 기관과 함께 중랑천 범람의 원인을 조사해서 동부간선 도로가 물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해야한다.아무리 큰 비가와도 도로가 물난리를 가속화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으면 당초 조건대로 고가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도로를 그대로 두려면 제방을 더 높이고 강화하는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도로 때문에 빚어지는 수재피해와 새 고가도로의 건설비용도 견주어볼 필요가 있다.대명천지에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무너져내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1998-08-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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