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 위한 건전휴가를(사설)

재충전 위한 건전휴가를(사설)

입력 1998-07-30 00:00
수정 1998-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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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에 가을같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8월부터는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그러나 경제불황으로 움츠러든 마음은 휴가계획을 세우기엔 왠지 답답하고 여유가 없다. 휴가기간동안 정리해고 대상에나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샐러리맨들을 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가파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럴때 한가하게 휴가 운운하는 것은 남의 아픔을 외면하는 야박하고 이기적인 처사같아 스스로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근심 걱정만으로 이 여름을 보내기엔 일상사가 자칫 짜증스러움의 연속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피서휴가로 머리를 식히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깊은 사색과 지혜를 모아보는 것도 건전한 휴가의 한 의미일 수가 있겠다.

한국도로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산이나 강을 찾아 1박2일 정도로 다녀오는 ‘알뜰 휴가’가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이나 콘도보다는 민박이나 캠프로 자녀들에게 피서겸 자연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이 그 방법이다. 또 가족끼리 집에서 나누지 못한 대화를 자주 갖고 가족의 화목과 결속을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피서지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일과 낭비버릇을 고치는 일이다. 나라가 빚투성이인데 고급호텔 투숙 등으로 돈을 물쓰듯 한다든가 무신경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만 즐기면 된다는 식은 해이하고 방만한 전근대적인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일이다.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각오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없도록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켜야 한다. 자녀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어른들이 먼저 쓰레기 치우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마다 피서와 관련하여 질서의식·쓰레기투기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지만 변함없이 달라지지 않은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휴가란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정신의 휴식이라는 차원에서 휴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감이다. 각박한 시대상황에 맞물려 쓸데없는 거품이제거되는 것같아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 휴가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철저히 쉬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앞으로의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무장과 재충전의 기회다. IMF한파 속의 휴가는 한가하고 사치스러웠던 지난 날과는 달리 내일을 위한 힘의 비축이라는 점에서 건전하고 생산적인 휴가문화로 정착시킬수 있는 좋은 계기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휴식이라도 ‘다시 뛰기’위한 긴 충전이 될수 있도록 새로운 시민의식과 각오를 보여야 할 때다.

1998-07-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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