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미덕 가르치는 김치케이크(박갑천 칼럼)

조화 미덕 가르치는 김치케이크(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4-25 00:00
수정 1998-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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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叔權의 <패관잡기>에 서로 어울리지않는 풍경을 예로 든 대목이 있다.맑은샘에 발을 씻는것,거문고를 태워서 학(鶴)을 삶는것,소나무 사이에서 길잡이가 외치는것,초헌에 말채찍,짚신에 징,거적문에 쇠돌쩌귀…따위.오늘날이라면 안짱다리(밭장다리)의 미니스커트,갓쓰고(도포입고) 오토바이타기…같은 풍경이 끼일수도 있겠다.

김치와 빵하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부터 온다.피자와 빈대떡,커피와 식혜같이.한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치와 빵을 섞어만든 김치케이크를 선보였다.프랑스인 주방장이 ‘합격’판정을 내렸다니 코큰 이들 혀끝에도 구뜰했던 모양.호텔측에서는 기네스북 한국협회에 등록을 요청하는 한편 반응을 봐가며 수출도 해볼 요량인 것으로 알려진다.

음식에는 서로 맞는것이 있는가하면 맞지않는 것도 있다.지난날에도 찰떡을 먹으려면서는 동치미국물이 따랐다.동치미국물은 좋은 소화제로 되었던 것이리라.돼지고기에 새우젓이나 메밀국수에 무강즙따위도 그런 관계였다고 할 것이다.물론 상극인 경우도 있다.그 사례를 가정실학의 보감이었던 빙허각이씨(憑虛閣李氏)의 [규합총서]에서 보자.두부를 많이 먹고서 배가 불러 숨이 막힐때 무강즙이나 행인즙 새우젓국은 좋으나 데운술을 마시면 “즉사한다“니 겁이 난다.

거기 쓰여있는 바 어울리지않는 음식의 사례는 많다.몇가지만 더 들어보면 이렇다.“게(蟹)와 감·배·꿀을 함께 먹지말고 조개와 초를 함께 먹지말라.머리털이 생선속에 있는걸 먹으면 죽고 메기와 형개(荊芥)를 함께먹으면 죽는다.소·양·돼지고기를 뽕나무로 삶거나 구워먹으면 뱃속에 벌레가 생긴다”

“생·숙지황류는 마늘·파·무를 꺼리고 구기자는 사람젖과 우유를 꺼리며 모든 뿔(角)든 약과 녹용은 소금을 꺼리고 파와 부추는 꿀을 꺼리며…”.그밖에도 상극되는 음식은 많다.김치케이크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느낌으로 서름하다는 것뿐 실제에서는 아주 어울리는 먹을거리인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종족끼리 어울려서 나온 튀기에 미인이나 재사가 많다고 한다.얼핏 이질적인 듯해도 조화로운 동질성이 있다는 뜻이리라.가령 의학만해도 동과 서가 다르지만그 조화로써 치료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철학도 그점이 중요해지는 것이고.그러니 종교 또한 배타적으로 나갈일은 아니다.김치케이크가 그 대목을 가르쳐 주는 양하다.<칼럼니스트>
1998-04-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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