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어떻게 해야하나”/DJ 경고에 난감한 재계

“더이상 어떻게 해야하나”/DJ 경고에 난감한 재계

조명환 기자 기자
입력 1998-01-21 00:00
수정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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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대상 기업 발표하면 당장 부도”/사장단회의 소집 수위높이기 비상

재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당선자측의 강성 분위기에 얼어붙은 분위기다.

현대그룹 등의 개혁안에 비판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한데 이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만큼은 적당히 구조조정해서는 안된다”고 쐐기를 박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대우·SK그룹 등은 발표시기를 늦추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발표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결같이 ‘발표시가는 미정’이라면서도 ‘맛이 확 갔다’는 분위기다.현대와 LG가 개혁안을 발표한 19일까지만 해도 “20일 그룹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혁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발표했다가는 욕만 먹는 분위기다.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내용을 발표한들 ‘씨’가 먹혀들어가겠느냐”고 말한다.그는 “총수개인재산을 출연하고 살생부(정리대상 기업)를 내라는 얘기인데 참으로 답답하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는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고 차입경영을 지양하라는 것인 데 당선자측 요구는 이와 성격이 다르며 사회주의식으로 총수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특히 “주력업종 중심으로 재편하는 얘기는 맞지만 어느 회사를 팔겠다,정리하겠다는 식의 발표는 있을 수 없다”면서 “거론된 기업은 당장 부도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도 더 챙기고 생각해보겠다는 쪽이다.지금 발표하는 것보다 안하는게 낫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당초 마련했던 발표안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를 사장단회의에서 집중논의키로 했다.

SK측은 “최종현 회장의 사재 출연 문제는 최회장이 이미 계열사에 대해 4조원대의 개인지급보증을 서 있는 상태이고,구조조정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우도 다르지 않다.

대우측은 “김우중 회장은 주식지분 이외의 사재를 대부분 재단에 출연한 상태이고 매각·정리대상 기업은 기업입장에서 공개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힌다.

현대그룹도 이미 발표한 구조조정안에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 부족해 미흡했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특정 계열사 구조조정 스케줄과 일부 사업의 중소기업 이양 계획 등 후속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는 그러나 “발표한 내용 중 사외이사제와 감사제의 전면 도입을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시도는 매우 혁신적인 재벌개혁안이었는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조명환 기자>
1998-01-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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