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열풍… 한풀 꺾이긴 했으나(박갑천 칼럼)

사재기 열풍… 한풀 꺾이긴 했으나(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12-24 00:00
수정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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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면서 팔지않는다는 매점매석은 이문 따지는 장사꾼이 장삿속으로 하는‘짓’이다.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도 이수법으로 돈을 번다.

과거도 보지않고 글만읽던 허생이 아내성화에 못이겨 서울제일부자 변씨한테 찾아가 만냥돈을 꾼다.그돈 갖고 안성으로 내려가 대추·밤·감·배·석류·귤·유자…등을 모조리 사버린다. 그러자 곧 온나라가 잔치나 제사도 못지낼 지경이 된다. 그는 그걸 나중에 10배나 넘겨 받는다. 그다음에는 제주도로 안팎장사 나가서 말총을 죄다 사버리니 망건값이 10배로 뛴다. 별로 돈욕심은 없는데도 오기로 한번 벌어본 거였다.

이 비슷한 얘기는 다른 전적에도 여기저기 보인다. 이를테면 [청구야담]등에 쓰인 내용은 이렇다. 가난한 훈장에게 시집온 신부가 시종숙되는 무장에게서 돈천냥을 꾸어 시중에 있는 감초를 사재기한다. 얼마 안가서 5배로 뛴 감초가 천세나게 팔려 재산을 모은다. 그밖에도 [기문습유]에 나오는 이영철의 부인은 집판돈으로 한약재인 택사를 사들였다가 값이 오른 다음 팔아서 셈평펴인다. [삽교별집](만록)에서는 강경의 한거간꾼이 잎담배를 사쟁였다가 팖으로써 10배의 이익을 남기고 있고. 이같은 장삿속의 이치는 증권시장 같은데서 오늘날에도 원용되고 있는듯이 보인다.

장사꾼 아니라도 장사꾼심보는 있는것같다. 무엇이건 값이오를 기미가 보이면 많이 사두는 버릇 아니던가. 기름값이 오른다네하면 주유소가 붐비고 하다못해 버스삯 오를 눈치만 보여도 표(토큰)를 사잰다. 그사재기가 IMF한파를 타고도 기승을 부렸다. 달러값이 오르자 잽싸게 사들여 곱쟁이이문을 챙기는가 하면 생필품값도 오를게 뻔해지자 눈에 불들을 켜고 싹쓸이해 갔고. 또 장사꾼들은 물건을 안내논다는것 아니던가. 이게 자중지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라야 어찌되든 나만…”하는 벋나간 이욕들이 참으로 치사하다.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남보기에도 부끄러워지는 대목. IMF빚지는 일보다 부끄럽다.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면 안된다. 부끄러움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줄 알게될때 부끄러운 일은 없게 될것이다”([맹자]진심상)고 한말이 있다. 부끄러운짓 부끄러운줄 모르고 하는 심성위에 부끄러운 일은 닥쳤다고 해야 할듯싶다.

하늘을 우러러본다. 차가움속에 성탄절은 다가와 있었구나.<칼럼니스트>
1997-1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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