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청원은 1930년대 일본에 처음 갔을때 한 고단자와의 대국에서 흑을 쥐고 제일착을 한복판인 천원에 놓았다.이를 관전하던 모든이들은 어째서 흑을 그곳에 놓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당시 이 대국의 해설자였던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도 이를 풀이할 길이 없어 ‘천공에 솟은 묘착’이라고만 했다.그러나 바둑을 두어나가다보니 사위의 모든 흑이 천원을 중심으로 노도와같은 세력을 뻗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제일착부터 상대방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오기성은 그의 수필 ‘기청담’에서 ‘바둑은 조화’이며 ‘심모원계를 요하는 경지’임을 지적하고 있다.동양의 예술이 무위에서 생생약동하는 것처럼 돌이 놓이기 시작하면 바위가 웅크리고 용이 뛰쳐오르듯, 또는 구름이 일거나 물이 흐르듯이 흑백이 산개하고 진구해 나간다.단지 서화는 붓의 움직임이 끝난 자리에 시각적 형상을 남기지만 바둑은 한판이 끝나면 돌을 쓸어서 치워버리고 태초의 침묵인 ‘허’만을 남긴다.
바둑문화를 집대성한 ‘바둑 박람회’가 15일부터 5일간 서울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다.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열리는 대규모 바둑축제다.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중국 비취바둑통이며 조선중기의 바둑민화 ‘사호위기도’, 바둑고서인 ‘좌은담총’ ‘현현기경’ 등 기서와 비자나무 치자나무 바둑판 등 희귀자료,그리고 각종 대국자료 등 바둑의 모든 것이 선보인다.특히 부르는게 값이라는 비자나무 바둑판은 단단한 내구성이 장점이고 치자는 본래 ‘구무’라고 해서 ‘바둑에는 말이 필요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바둑은 항상 정치나 예술, 인생에 비유되고 그때마다 바둑의 세계는 ‘인생의 정도’를 가르친다.우리는 술수의 능함을 곧잘 바둑의 ‘단수’로 판단하려 하지만 진정한 ‘고단수’에겐 ‘단수’의 정도를 점치는 자체가 이미 무의미하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의 세계에서 노자가 반상의 세계를 두고 “마음을 비워서 고요한 것을 지킨다.(치허극수정언)”는 말에 한번쯤 귀기울여볼만 하겠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오기성은 그의 수필 ‘기청담’에서 ‘바둑은 조화’이며 ‘심모원계를 요하는 경지’임을 지적하고 있다.동양의 예술이 무위에서 생생약동하는 것처럼 돌이 놓이기 시작하면 바위가 웅크리고 용이 뛰쳐오르듯, 또는 구름이 일거나 물이 흐르듯이 흑백이 산개하고 진구해 나간다.단지 서화는 붓의 움직임이 끝난 자리에 시각적 형상을 남기지만 바둑은 한판이 끝나면 돌을 쓸어서 치워버리고 태초의 침묵인 ‘허’만을 남긴다.
바둑문화를 집대성한 ‘바둑 박람회’가 15일부터 5일간 서울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다.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열리는 대규모 바둑축제다.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중국 비취바둑통이며 조선중기의 바둑민화 ‘사호위기도’, 바둑고서인 ‘좌은담총’ ‘현현기경’ 등 기서와 비자나무 치자나무 바둑판 등 희귀자료,그리고 각종 대국자료 등 바둑의 모든 것이 선보인다.특히 부르는게 값이라는 비자나무 바둑판은 단단한 내구성이 장점이고 치자는 본래 ‘구무’라고 해서 ‘바둑에는 말이 필요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바둑은 항상 정치나 예술, 인생에 비유되고 그때마다 바둑의 세계는 ‘인생의 정도’를 가르친다.우리는 술수의 능함을 곧잘 바둑의 ‘단수’로 판단하려 하지만 진정한 ‘고단수’에겐 ‘단수’의 정도를 점치는 자체가 이미 무의미하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의 세계에서 노자가 반상의 세계를 두고 “마음을 비워서 고요한 것을 지킨다.(치허극수정언)”는 말에 한번쯤 귀기울여볼만 하겠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10-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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