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엔 지금 ‘미국식’ 열풍

러시아엔 지금 ‘미국식’ 열풍

류민 기자 기자
입력 1997-07-14 00:00
수정 199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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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늘고 거리곳곳 미 상품 가득/기업체도 미 경영기법 앞다퉈 도입

‘러시아는 미국의 식민지인가’.2∼3년 전부터 러시아 일부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같은 말이 이제는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한결같이 회자되고 있다.이같은 말 뒤에는 냉전이 끝난후 미국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모든 것이 미국식으로 바뀌는데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세계금융기구를 지배하는 미국의 입김없이는 러시아의 자본이 형성되기 힘들다.지난해 러시아 대선 때는 미국의 선거전문가가 동원됐다.러시아 두마의원들은 미 의원들과 몹시 가까와지고 싶어한다.극우민족주의계열로 분류되는 지리노프스키 의원마저도 생일파티때 미국식의 호화 컨서트를 즐긴다.맥도널드나 켄터키 후라이드치킨 등 미국식의 즉석식품점은 러시아사람들로 만원을 이뤄 발디딜 틈도 없다.이른바 ‘미국식’이 온통 러시아를 지배한다.

옛소련이 무너진 뒤 구소련권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만도 5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최근 러시아 젊은이들의 미국유학 선호 역시 크게 높아졌다.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등 옛소련지역에서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 수는 6월말 현재 20만명에 달하고 있다.미국에 유학중인 외국학생중 수적으로는 단연 첫번째다.또 미국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4분의1인 1백만명에 이르고 있다.미국에 유학중인 러시아 학생들은 다른 외국학생의 평균 학업성적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는 받고 있다.하지만 학업을 마친뒤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미국사회의 또다른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 모스크바 미대사관 앞에는 미국으로의 관광객과 랭귀지스쿨,썸머스쿨을 찾으려는 러시아사람들의 수가 폭주,새벽부터 비자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러시아인의 미국선호는 최근 러시아의 10대은행 가운데 하나인 아넥심뱅크가 25세의 하버드대학 출신 법률가 2명을 각각 연봉 20만달러에 채용한 예에서도 볼 수 있다.‘루크오일’ 등 러시아의 잘 나가는 기업들은 유망한 직원을 뽑아 장학금을 줘가며 미국의비지니스스쿨에서 경영수업을 받도록 하는 예도 적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의 의회에서는 최근 러시아 지배엘리트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자녀를 고비용을 들여 미국 혹은 영국에 유학을 시키는 사례를 문제삼기도 했다.그런데 이 문제를 질타한 의원들의 자녀 일부가 미국유학중임이 밝혀져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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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러시아인의 미국선호 경향에 대해 모스크바대학 심리학과 류보피 멜리코바 교수는 “옛소련의 억압된 생활에서의 보상심리와 자유롭고 다양한 미국시회의 특징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앞으로 러시아인들의 미국선호의 경향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모스크바=류민 특파원>
1997-07-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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