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결혼풍속도/격식·허례 과감한 탈피… 실속·평등파 늘어

신세대 결혼풍속도/격식·허례 과감한 탈피… 실속·평등파 늘어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4-16 00:00
수정 199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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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빌려 예복으로/신랑신부 동시 입장/쓰던 가구 신혼집에/할인점서 살림장만

지난해 결혼한 영화기획사 알브스필름 직원 안수정씨(29)는 결혼식때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다.한번 입고 말 옷한벌 빌리자고 몇십만원을 쓴다는게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데다 신부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흰 드레스의 순결윤리도 마땅찮았기 때문이다.대신 선배의 한복을 빌려 예복으로 입었다.신랑역시 친구에게서 빌린 검은 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입장했다.함도 생략했고 비디오며 앨범촬영도 일체 하지 않았다.안씨는 『주위에서도 폐백·함·기념촬영 등을 하지않는 커플을 많이 봤으며 신랑 신부 동시입장이 보편화돼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부산의 새내기 신부 김정수씨는 신혼집에 미혼때부터 쓰던 장롱을 그대로 가져다 놨다.침대·화장대 등도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익힌뒤 정작 구입은 부산외곽 가구공장에서 했다.3년내 내집마련을 위해 신혼살림 부담을 최대한 줄인 것.

평등교육을 받은 합리적 신세대들이 결혼적령기에 이르면서 결혼식 풍토가 바뀌고있다.이들은 격식치례의 고비용 예식,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짐지워진 호화혼수,남자는 집,여자는 가구 하는 식의 사회적 통념에 더이상 개의치 않는다.남녀 어느 한쪽도 불리한 부담을 지지 않는 혼례,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알뜰한 살림장만 등을 지향한다.

때문에 이들은 브랜드 상품을 고집하지 않는다.가구는 서울 내곡동,마석,사당동,신당동,아현동,염광 등 가구밀집지역에서 시중가보다 40∼15% 싸게 구입한다.주방용품 구입도 남대문시장 C·D동 3층,을지로 5∼6가의 스테인레스 시장,동대문·광장 전문시장 등 정품 20∼30%,등외품 40∼50%까지 할인해주는 시장을 이용한다.

결혼 새풍속의 확산에 착안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올해 「새로운 혼례문화정착을 위한 모델 공모」를 시행한다.건전한 독창성,허례허식에서 벗어난 검약성,부모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성,남녀평등 실천 등을 심사기준으로 걸고 고정관념을 탈피한 용감한 신세대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여협의 김문을 간사는 『젊은 층에서는 결혼에 대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이들의 결혼문화를 널리 소개해 문제많은 요즘의 풍토에 새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공모기간 4월30일까지·문의 02)794­4560)

실속과 평등을 지향하는 이같은 결혼문화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세대의 이해가 필수적이다.우리사회에서 결혼은 아직도 당사자간의 문제를 넘어 가족간의 결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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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의 이수연 간사는 『막상 당사자들은 혼수를 줄이고 싶은데 딸 가진 부모가 안심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챙긴다든가 시가쪽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면서 『결혼이 성인남녀의 평등한 결합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을 때만 건전한 결혼문화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1997-04-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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