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21세기 대비를/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우리경제 21세기 대비를/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이종화 기자 기자
입력 1997-01-11 00:00
수정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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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난리다.95년의 9%에서 96년에는 6.9%로 낮아진 경제성장률과 95년의 89억달러,96년의 230억달러로 늘어난 경상수지 적자는 모든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우리 경제는 과연 위기인가?

우리 경제는 실제 크나큰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그러나 그 위기는 올해도 낮아질 경제 성장률과 누적되는 경상수지의 적자 때문은 아니다.과거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낮은 경제성장률을 여러번 기록한 바 있고 바로 직전의 대선이 있던 92년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5.1%에 지나지 않았다.또한 경상수지의 적자 역시 그 절대규모가 적지 않기는 하나,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소비재와 투자재의 수입이 감소하고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우리의 수출이 조금은 호전될 것으로 보아 경상수지의 적자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우리 경제의 위기는 97년에 당면한 단기적인 경기 침체의 문제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의 하락에 따른 저 성장의 시대가 우리에게 닥쳤다는 것이고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우리가 아직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시대 대처능력 미흡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률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경제 이론은 경제 성장을 일인당 생산량의 지속적인 증가로 파악하고,생산의 증가를 일인당 자본의 축적과 기술 수준의 발전에 의해 설명한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 자본이 축적되면서 자본의 생산성은 계속 하락하게 된다.즉 경쟁자가 없고 모든 물자가 부족한 경제에서 기업가가 투자로부터 얻는 수익은 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수익률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기술의 발전 속도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후발국으로서의 기술 도입 또는 기술 모방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어 점차 낮아지게 된다.따라서 과거 30년 동안의 우리 경제의 초고속 성장의 결과는 투자수익률과 기술발전속도의 하락으로 나타나 이제 앞으로의 저성장을 예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물론 최근의 경제 성장 이론은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비롯한 적절한 정부의 정책과 교육투자 및 인력 투자의 확충,기술개발 투자의 확대 등으로 성장률의하락을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제 우리 경제에 주어진 것은 결국 6%대의 국민 총생산의 성장률과 5%대의 일인당 소득의 성장률일 수밖에 없으며 21세기에는 이보다 더 낮은 저속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겠다.전후 연 평균 9%의 고도 성장을 하다가 70년대에 성장률이 5%수준으로 낮아진 일본 경제의 경험을 우리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속 성장이 가져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경제 주체들간의 이해의 대립과 갈등은 이제 더욱 증폭될 것이다.기업가는 이윤율의 하락을,노동자는 임금 인상률의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적은 총량을 놓고 다툼이 격화될 것이다.이윤율의 하락이 모든 기업에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도산이 발생하고 실업률 또한 증가하게 될 것은 당연한 경제 법칙이다.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정말 큰 위기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냐 하는 고통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고도성장시대에 소홀하였던 분배와 복지의 문제가 이제 더욱 중요시 되는 것이다.

○정부 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저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정부가 모든 것을 이끌어 가던 시대가 끝나고 개방된 민간 자율 경제에서 단기적인 거시경제 조정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경제 주체들간의 대립과 갈등을 최선의 방향으로 조정하고 미래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정책을 수행해 나갈 것인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나가는 것은 정부가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97년 한 해의 100m 경주가 아니라 21세기라는 마라톤을 눈앞에 두고 최선의 준비를 하여야 할 시점에 와 있다.올 한해의 무리한 100m 경주로 다음의 중요한 시합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1997-01-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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