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 봐주기/김기수 가 메모리얼대 교수(굄돌)

센 놈 봐주기/김기수 가 메모리얼대 교수(굄돌)

김기수 기자 기자
입력 1996-10-07 00:00
수정 1996-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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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과 고3의 두 아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을때 아버지는 이들을 똑같이 다루지 않는다.고3은 집안의 「왕」이다.내일모레면 가문의 명예를 걸고 수능전쟁에 친히 출전할 몸이다.이미 머리가 클 만큼 커져서 아버지 뜻대로 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그러나 고1은 다르다.아직 왕이 된 것도 아니고 이제 중학생을 면한 어린애인 터다.자연 아버지는 고3보다 고1 아들을 더 엄하게 다루게 마련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의 매」를 휘두르는 선생님도 마찬가지다.때려도 좋을 아이가 있고 때려서 안될 아이도 있다.때려서 뒤탈이 생길 우려가 큰 아이가 많은 8학군에서는 매질이 사라졌다는 말도 듣는다.자연 선생님은 매질의 「사랑」을 만만한 아이한테만 베푼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약한 아들이 센 아들보다 더 야단맞고 만만한 아이만 매질을 당한다는 것은 문제다.야단치기나 매질이 징벌의 수단이라면 그렇게 차별을 두는 아버지나 선생님은 스스로 징벌의 형평을 깨고 있는 셈이다.그러니 잘못을 저지르고도 수월하게 위기를 넘기는 아이나 야단맞고매질의 사랑에 신음하는 아이가 그런 아버지나 선생님을 공정한 심판자로 볼리 만무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어 세상에 진출했을 때의 일이다.설사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만만치 않은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리라.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처벌받는 사람은 못난 놈이라는 생각도 하리라.그러니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당초부터 세게 나와서 누가 감히 나를 처벌한단 말인가 하든지 아니면 뻔뻔스럽게 발뺌을 하리라.

사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그렇고 그런 곳이다.똑같은 선거부정으로 조사를 받아도 약한 교육위원의 경우에는 혐의가 즉각 입증되지만 센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매일같이 나는 사건들을 신문이나 방송이 어떻게 다루는지도 생각해 보라.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아버지나 선생님은 아이들을 이런 세상의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키워내는 셈이다.

1996-10-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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