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실태와 해소책(경쟁력 10% 높입시다:2)

고임실태와 해소책(경쟁력 10% 높입시다:2)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6-09-26 00:00
수정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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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전자회사 임금 영보다 37% 높아/물가안정·사용자 교섭력 강화 등 긴요

정책당국자들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할 때가 가장 어렵다」고 얘기한다.복잡하게 꼬인 사안일 수록 더 그렇다고 한다.위기경제의 꼬인 실타래도 꼭 같다.

경제어려움이 제기될 때마다 나오는 고임금을 비롯한 고금리,고물류비,고지가 등은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어느 것이 경제어려움의 원인이냐로 이설이 많은 사안들이다.기업들은 고임금때문에 못하겠다고 하고,근로자들은 물가때문에 임금을 안올리고는 못살겠다고 난리다.그러나 깊어가는 불황속에 논쟁의 지속은 의미없는 일이며,눈 앞의 현안들을 총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근로자들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은 바로 임금이다.대기업들이 개도국으로,심지어 복지천국이라는 영국으로 너도나도 다투어 나가는 것을 보면 국내의 임금수준이 문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복잡한 사례를 들 것없이 전경련이 최근 기획조정실장회의와 회장단회의에서 논의한 자료에 나타난 고임금의 실례를 보자.전자회사인 A사의 사업장별 시간당 임금은 국내 11.2달러,태국 0.7달러,말레이지아 1.1달러,영국 7달러,중국 0.8달러,브라질 2.8달러.국내 임금수준이 영국보다도 37.5%나 비싸다.같은 재료로 영국에서 생산할 경우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37.5% 높아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자뿐 아니다.자동차회사인 B사의 시간당 임금은 12달러로 영국(12달러)과 같고 미국(15달러)에 근접한다.품질은 고사하고 임금이라는 요소비용으로만 벌써 불리한 위치가 돼가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임금은 선진국,생산성은 개도국」이라는 모순에서 탈피해 「적정임금과 고생산성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의 임금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대규모 인원감축 등의 자구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자동화로 더이상 불필요해진 잉여인력의 감축은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고임금은 왜 지속되나.이 문제에 대해 재계는 사용자의 교섭력 열세때문이라고 지적한다.생산차질을 우려,얼른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이라는얘기다.최근 경총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율은 16.3%였으나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8%로 노조의 인상요구에 대한 충족률은 49.1%였다.그러나 올해엔 요구율이 15.4%로 지난해보다 낮았으나 타결인상률은 8.8%로 지난해보다 높아 충족률도 57.1%나 됐다.사용자의 교섭력이 약화됐음을 증명해 주는 사례다.

물론 근로자들은 『지금의 월급수준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피부물가는 오를대로 오르고,사교육비 부담등으로 근로자들은 월급을 쥐꼬리만 하다고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고임금의 끝은 어디인가.최근 선경인더스트리를 위시한 몇몇 대기업들이 인건비부담을 견디다 못해 대규모 명예퇴직제를 단행했다.기술개발,생산성제고 등 가용할만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소기의 성과를 못얻자 최후수단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임금의 부메랑이 결국 직원들에게 돌아와 정든 회사를 떠나게 한 것이다.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개선은 이제 국가경제의 명운이 걸린 명제가 됐다.임금부터 실타래를 풀어갈 수는 없을까.<권혁찬 기자>
1996-09-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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