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익스프레스(영화 초대석)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영화 초대석)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6-08-31 00:00
수정 199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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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인권탄압 고발한 미 영화/70∼80년대 국내 정치상황 여파 “금수딱지”/실화 바탕… 철저한 미국시각 접근이 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실화를 바탕으로 70년대 터키의 인권탄압을 고발한 미국 영화.지난 78년 제작돼 그해 아카데미 각본·음악 등 두 부문 상을 탔으며,구미 각국에서 문제작으로 널리 인정받았다.그러나 70∼80년대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그동안 수입하지 못하고 비디오로만 소개됐다.

1970년 21살의 미국 청년 윌리엄(빌리)헤이스가 마약 2백g을 갖고 터키 이스탄불공항을 빠져나가려다 체포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빌리는 마약밀매혐의로 종신형을 구형받지만 미리 변호사를 통해 돈을 쓴 덕에 4년 징역형에 그친다.다시 열린 재판에서 30년형을 받은 빌리는 절망에 빠져 교도소 안에서 첩자노릇을 하는 터키인을 살해하고 정신병동으로 이감된다.그동안 한차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탈옥을 뜻하는 속어)를 시도하지만 실패한 그는 76년 애인의 면회에 자극받아 결사적으로 탈옥해 미국으로 되돌아온다는 줄거리.

자유를 속박당하고인권을 철저히 짓밝힌 한 인간이 자유를 찾아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전달된다.알란 파커 감독은 「핑크 플로이드의 벽(The Wall)」 「미시시피 버닝」 「버디」를 만든 거장다운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또 올리버 스톤 감독이 각본을,「88올림픽 주제가」를 만든 조르주 모로더가 음악을 맡아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본질적인 독소가 숨어 있다.철저히 미국적인 시각·가치관에 따라 만든 점이다.가령 사건의 계기가 된 빌리의 「마약밀매」에 대한 해석이 그렇다.우리 기준으로도 마약을 소지하고 출국하려는 행위는 마약밀매로 볼 수 있으며,마약사범에 대해 중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영화는 그같은 행위가 「철부지의 소행」이고(마약이 널리 퍼진 미국의 기준일 뿐이다),따라서 빌리에게 중형을 내린 것을 「터키의 미국에 대한 도전」쯤으로 여긴다.

또 빌리가 공적공간에서 만난 터키인이 모두 부패하고 잔인한 인물로 묘사된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해도 영화는 그 차원을 넘어 모든 터키인을 야만인으로,터키문화를 야만적이라고 경멸한다.사악한 정치체제나 집단은 있지만 사악한 국민·문화는 있을 수 없다.문화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적 가치관만으로 다른 나라를 재단하는 오만함이 이 영화에는 배어 있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 갈망」이라는 숭고한 주제를 담았고,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데도 불구하고 씁쓰름한 뒷맛을 남기는 작품이다.31일 개봉.<이용원 기자>
1996-08-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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