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성분나빠 차별겪어 탈출”/귀순 북 미용사 정순영씨 일문일답

“출신성분나빠 차별겪어 탈출”/귀순 북 미용사 정순영씨 일문일답

입력 1996-07-10 00:00
수정 199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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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간첩누명뒤 실종… 남편에 이혼당해/정주영 명예회장 89년 방북때 처음 만나

북한에서 미용사로 일하다 귀순한 정순영씨(37)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신성분 문제로 극심한 차별을 겪다 이를 견디지 못해 탈출했다며 귀순 당시의 상황을 소상하게 증언했다.

­귀순동기는.

▲8살때 부모가 간첩 누명을 쓰고 보위부에 끌려가 행방불명이 된 뒤 이웃에 홀로 사는 할머니 손에서 컸다.22살때 보위부원과 연애결혼했으나 남편이 내 부모의 성분 문제를 들추며 이혼을 강요해 6년만에 이혼한 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 왔다.그러나 자녀들 역시 성분 문제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는데다 먹고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던 차에 남한에 귀순한 사람들이 잘 산다는 얘기를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

­탈출은 어떻게 했나.

▲지난 5월20일쯤 식량을 구하겠다는 구실로 함경북도 청진의 통행증을 발급받아 아들과 딸을 데리고 열차로 고향인 강원도 통천을 출발,원산을 거쳐 양강도 혜산에 도착한 뒤 지난 6월4일 국경경비대의 허술한 감시를 틈타 압록강을 건넜다.그 후 중국의 조선족 아주머니를 만나 몸을 숨기는 등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품에 오게 됐다.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스라이터·속옷·식료품 등이 많이 들어오는데 한국상표가 붙어 있어 남한이 세계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씨의 아들에게)어머니가 남조선으로 가자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어머니에게 남한이 정말 잘사느냐고 물었다.남한이 잘 살고 할아버지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해 쉽게 가겠다고 승락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관계는.

­여덟살때 부모를 잃었는데 친척중 많은 사람이 남조선으로 월남했다는 말을 들었다.그러던 중 지난 89년 1월에 보위부에 불려 갔더니 정주영회장이 북한에 오는데 맞을 준비를 하라고 해 정회장이 친척인줄 알았다.

­89년 정회장을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했나.

▲특별히 한 말이 없다.

­남한에 와서 정회장을 만난 적이 있나.

▲한번 만났다.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물어 본 뒤 알았다고만 했다.〈주병철 기자〉
1996-07-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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