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재판거부·변호인단 사퇴 배경

전·노씨 재판거부·변호인단 사퇴 배경

박홍기 기자 기자
입력 1996-07-09 00:00
수정 1996-07-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치쟁점화 노린 「재판부 흠집내기」/변호권 박탈 명분 공판 지연전술 일환/사전에 전·노씨와 치밀한 협의끝 결정

전두환·노태우 피고인이 8일 공판에서 출정을 거부하고 변호인단이 집단 사퇴한 것은 치밀한 계산 아래 들이댄 초강경 「카드」의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1심 재판에서의 「역할」은 대체로 끝났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생각이다.이들은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요구를 묵살하고 공판을 강행,피고인에 대한 변론권 행사가 불가능해 1심 변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어차피 「법률적 대응」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럴바엔 경고 차원의 「승부수」를 던져 재판부에 흠집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재판 결과에 대한 동정 여론을 유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속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검찰의 「속전속결식」 공판 의도에 맞서 재판일정을 최대한 늦춰 정치 쟁점화시키려는 뜻도 배경에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은 그 동안 주 1회 재판을거듭 요구해 왔다.변호인의 공판준비와 피고인들의 건강을 감안할 때 주 2회 재판은 무리라고 주장했다.지난 4일 제19차 공판 때는 상당수가 불참,재판부에 항의성 시위를 했다.

변호인단을 이끌다시피한 이양우변호사는 이 날 「사퇴의 변」이라는 유인물을 통해 사퇴의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밝혔다.

첫째,재판부가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달 27일 17차 공판 때 증인으로 출두한 윤성민 당시 육군참모차장에 대한 변호인들의 신문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지만 김영일 재판장은 보충신문을 통해 윤차장이 착각하고 답변한 것처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둘째,주 2회 재판을 강행,변호인들이 증인신문을 위한 자료를 준비할 수 없어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권을 제약받았다는 것이다.

증인 한 사람에 대한 신문준비에는 최소한 일주일이 필요하지만 주요 증인인 윤 육참차장 등에 대한 신문 준비에는 2주일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셋째,재판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피고인 면담과 재판기록 열람 등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박탈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피고인은 변호인단이 퇴정하자 『지난 공판에서 국선변호인들은 증인이 허위진술을 많이 했는데도 한마디도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며 『사선변호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앞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피고인도 『주 2회 공판을 강행하는 재판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전피고인에 동조하고 『피고인들의 건강을 생각해 주 1회 공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피고인측은 19차 공판 직후부터 이같은 「최후의 대응책」을 숙의해 왔다.이양우 변호사는 『지난 6일 안양교도소로 면회를 가 「더 이상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 자리에서 「변호인단이 알아서 하라」는 전피고인의 「백지위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한시간여동안 대책을 숙의했다고 말했다.노피고인은 가족과 함께 접견온 변호인에게 배경설명을 들은 뒤 묵묵부답으로 호응했다고 변호인측은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공판 과정에 흠집을 내려는 변호인단의 극단적인 전술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공판을 정치도구화하려는 의도는 또한번 후세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박홍기 기자〉
1996-07-0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