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술잔 비우기… 사람 죽였다(박갑천 칼럼)

단숨에 술잔 비우기… 사람 죽였다(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6-07-03 00:00
수정 199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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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술잔비우기­젊은이들은 「원샷」이라고 한다.일본 나고야의 한대학 동아리 회식에서 이걸 강요당한 학생이 죽었다.이를두고 「단숨에 마시기방지 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거기 참석한 사람 모두를 고발할 기세다.이 학교는 전통적으로 그게 성행하여 병원신세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오나지아나노 무지나라는 일본속담이 있다.「같은 굴속의 오소리」라는 뜻이다.한통속이 되어 못된짓하는 무리들을 이르면서 쓴다.고발한다는 뜻은 그런 거덕친 버릇에 본때를 보여 본뜨지 못하게 경계한다는데 있는것이리라.쓸데없는 호기는 만용으로 통하는것.술 잘마시는 것으로 「사내다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량스러운가 말이다.

남의말 할일이 아니다.우리사회에도 그런 술문화가 지금 숨쉬고 있다.『노털카로 나가지』하는 말이 그것이다.따라준 술잔을 『놓지말고 털지말며 카소리 내지말고』 단숨에 들이켜야 한다는 「주법」이다.어기면 벌주가 따른다.그 「노털카」에 다시「찡떼오스」가 붙기도 한다.『찡그리지말고 입에서 떼지말며오래 끌지말고 스마일(웃지)말라』는 뜻이라던가.폭탄주·수소탄주를 그런 「주법」아래서 마셔대다가 어찌 되겠는가.

주성 이태백은 이렇게 노래한다. 『…한번 마셨다 하면 당연히 3백잔은 돼야지(회수일음삼백배)』(장진주중에서).주성다운 표현일뿐 범인은 따를수도 없거니와 따라야 할일도 아니다.하지만 정난공신으로 권세등등했던 홍윤성이라면 명함 들이밀어 볼수 있을는지. 『만전들여 날마다 잔치를 벌인』(서거정의 「필원잡기」2권)그는 술을 고래 물마시듯 해도 취하는 법이 없었다.오죽했으면 세조임금이 「경음당」이란 별호와 함께 도장까지 새겨보냈을까.

「필원잡기」에는 또 같은 시대의 지중추 홍일동 얘기도 적혀 있다.그가 진관사에서 놀적에 먹은 음식은­떡 한그릇,국수 세주발,밥 세바릿대,두부국 아홉주발.한데 산밑에 이르니 대접하는 사람이 있어 또먹는다.삶은닭 두마리,물고기국 세주발,생선회 한쟁반,술 마흔잔.

음식을 그렇게 먹고 술 마흔잔은 어느구멍으로 들어갔던걸까.그런 그도 나중에 홍주에서 폭음하고 죽는다.「원샷」을여들없이 거푸거푸 해댔던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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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장사없다고 했다.나이들어서도 즐기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폭주는 삼갈 일이다.「원샷호기」는 설사 죽지 않는다 해도 몸 망그러뜨리는 만용 아니던가.〈칼럼니스트〉
1996-07-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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