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가 저금리 부른다/양해영 논설위원(서울논단)

저물가가 저금리 부른다/양해영 논설위원(서울논단)

양해영 기자 기자
입력 1996-04-17 00:00
수정 199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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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금리하락현상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시중의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다.당초 정부가 다소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금리의 하향세를 유도하긴 했으나 지금은 금리가 경제의 제반기능에 의해 스스로 내려가고 있는 추세에까지 이르렀다.

당분간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그래서 성미 급한 사람들은 한자리수의 금리가 늦어도 내년초에는 가능하다고 판단,저금리시대의 개막을 예측하기도 한다.

확실히 금리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3년만기의 은행보증회사채 수익률이 16일 한때 10.9%에 거래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이것은 지난 93년 3월29일 기록한 장중사상 최저치인 10.95%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시중실세금리의 대표격인 회사채수익률의 이같은 흐름에서 보면 당연히 흥분할 가치가 없지않다.은행간 콜금리는 9%대에 머물러 95년말보다 5%포인트이상 하락한 상태에 있고 1년짜리 통화안정증권은 최근 한자리수에 진입,93년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이처럼 금리 하락추세가 지속되면서 금융기관들은 남아도는 돈을 굴릴데가 없어서야단법석이고 이런저런 여파로 증시는 새로운 활황을 맛보고 있다.투금사등 제2금융권의 경우 역마진현상조차 일어나고 있다.

금리하락의 원인은 여러각도에서 분석될 수 있다.가장 먼저 꼽히고 있는 것이 경기하강에 따른 자금수요의 부진이다.기업들이 경기부진을 예상,설비투자를 억제하다 보니 새로운 자금수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나 투신사등에는 자금이 몰려있는데도 쓸 사람이 없고 이처럼 수급불균형이 이뤄지다 보니 금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더군다나 이번 금리하락의 경우 금리인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했고 총선이후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 역시 사실상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나웅배 부총리의 금리인하 당위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만간 은행지준율을 2∼2.5% 인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자금의 흐름이 그렇고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처럼 명백한데도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이상한 현상일 것이다.

국내금리가 국제금리수준은 물론이고 주요경쟁대상국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경쟁력확보와 우리경제의 고비용해소의 차원에서 금리하락은 계속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사실 최근 금리인하가 이어지고 1년전에 비한다면 대단한 수준의 하락현상이긴 하나 적어도 한자리수 이내로 진입해야 그나마 경쟁력제고가 시작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외의 높은 금리라는 경쟁력 차원에서 뿐 아니라 환율·외자도입·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자본자유화와 특히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으로 인해 내외금리차는 외자도입의 확대를 유인하게 되고 이같은 외자의 유입은 환율의 굴절현상마저 일으킬 소지가 크다.

최근 경상수지의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환율이 오히려 절상되고 있고 또 그런 압력을 받고 있는 것도 그 시작은 내외금리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연구소나 금융기관들은 최근 올해 국내경제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올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고 국제수지적자는 더욱 커질 것이며 물가불안요인이 많다는 것이 수정전망의 골자다.금리는단기적으로는 경기동향이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결정요인이나 장기적으로는 물가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이렇게 볼 때 중단기적으로는 금리하락요인이 있음은 명백하나 금리하락을 일정수준까지 유도하기 위한 최대 변수는 물가일 수밖에 없다.다행히 국내물가는 지난 몇년동안 4∼5%대의 물가안정을 이루긴 했다.그러나 여타 선진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올해는 당초 전망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정책당국이 금리인하를 위해 해야할 최대과제는 바로 물가안정이 될 것이다.

금리하락추세과정에서 주목해서 관찰해야할 대목의 하나는 남아도는 자금과 금리인하가 그동안 정부나 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온 중소기업 살리기와 얼마나 연관되어 있느냐다.그러나 지금의 금리하락은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자금원쪽이 아니라 대기업이 활용하는 자금원쪽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경기의 양극화처럼 금리의 인하도 양극화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1996-04-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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