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논쟁은 지역구에 맡겨라(이동화 칼럼)

색깔논쟁은 지역구에 맡겨라(이동화 칼럼)

이동화 기자 기자
입력 1996-01-25 00:00
수정 1996-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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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기관에 설치된 팩시밀리는 주요정당의 성명서와 논평문,그리고 각종회의와 관련된 보도자료의 수신 때문에 바쁘다.주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서 보내오는 이 자료들은 대변인과 부대변인들의 이름으로 상대당의 문제제기나 비난에 대한 말꼬리잡기 반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어떤 날은 10여건씩 밀려드는 치졸한 말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공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때도 있다.15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1주나 남았는 데도 이 지경이니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더욱 더 자극적이고 격렬한 내용의 정당자료들이 더 많이 팩스를 괴롭힐 것이다.

이같은 팩스선거운동은 지난해 조순 서울시장 선거본부에서 시작,재미를 보면서부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념공세의 아이러니

최근들어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팩스공방에는 이른바 색깔론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전단을 연것은 김대중씨(DJ)의 국민회의쪽이고 방어적 공세를 편 것은 여당인 신한국당이며 이 두곳을 상대로 보수 본류를 외치며 차별화를 시도한 곳은 김종필씨(JP)의자민련이다.양상이 이렇게 전개되고 보니 혼란스러운 쪽은 국민이다.

자민련이야 수구라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보수를 주창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과거 선거 때마다 과거가 불투명하다며 색깔론 공세에 시달렸던 DJ쪽에서 오히려 색깔론을 공격무기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아이러니중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색깔론 공방은 물론 나름대로의 여건과 상황이 충분히 깔려있었다.

▷수도권은 총선결전장◁

선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뭐니 뭐니해도 역시 지역패권주의에 따른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3김위주의 정치구도다.이런 상황에서는 인구가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부동표 비율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이 총선의 결전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곳에는 전국 각지방에 뿌리를 둔 사람이 고루 모여살기 때문에 나름대로 출신지역이나 고향의 정서에 편향된 인구도 적지않겠지만 지역관념이 무딘 사람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다.특히 부모와는 달리 서울이나 그 주변에서 낳거나 자란 20∼30대의 경우는 더욱 그런 숫자가 많을 수 밖에없다.

따라서 각정당은 이들 젊은 유권자를 노려 세대교체이미지를 주는 30∼40대 참신한 후보를 경쟁적으로 찾는 모습을 보였다.특히 경륜과 노련미의 인물이 많은 신한국당은 수도권 선거전략으로 젊은후보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이 과정에서 과거 운동권출신 일부를 요소에 상징적으로 포진시켜왔다.

물론 여기에는 물갈이 필요성도 작용했기 때문에 위기를 느낀 당내 일부로부터 이념문제에 대한 이의가 먼저 나왔다.

▷거물영입에 시든 색깔◁

그러자 DJ와 국민회의가 신한국당의 영입자일부를 대상으로 색깔론을 제기했고 JP도 자민련의 보수색을 강조했다.이에 신한국당은 개혁과 안정의 건강한 보수론으로 맞서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기가 왔다.신한국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승부사로서의 본령을 발휘,박찬종·이회창씨를 영입함으로써 색깔공세에 충격을 준 것이다.이 두사람이 나타내는 개혁과 보수의 조화로운 이미지는 백마디 말보다 건강한 보수로서 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이씨가 입당회견에서 『개혁도 보수의 한 방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에서도 퇴색하는 색깔론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색깔론의 제기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측면에서 득이 되었을 수는 있지만,침소봉대하여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낡은 정치의 재연이라는 호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진한 3김의존 색

지금 주요 정당중 어느 것이라도 이념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그런 사람이 매우 적다고 본다면 정당이 대항하는 형태의 색깔론은 소모적인 것에 불과하다.

만약 어느 개개인에 이런 문제가 있다면 해당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이 표로 걸러내도록 맡기면 된다.사실 색깔논쟁은 지역감정이 해소되어야 그 의미가 있다.정치권에 색깔이 있다면 지역할거의 3김의존 색깔보다 더 진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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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1-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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