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이냐 뇌물이냐(사설)

성금이냐 뇌물이냐(사설)

입력 1996-01-17 00:00
수정 199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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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 공판에서 노피고인은 재임중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관행에 따라 이권에 관계없이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을 받아 국정수행에 사용한 만큼 당시 행위에 일체의 변호인 반대신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비자금이 「통치자금」임을 은연중 강조했다.이로써 앞으로 돈의 성격이 과연 공소내용대로 「뇌물」인지 아니면 「성금」이나 「통치자금」인지가 재판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건희삼성회장등 9명의 기업인들도 역대 정권의 통치관행에 따른 성금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불식되기를 바란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인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포괄적인 직무관련성만 인정되면 일단은 뇌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피고인들이 이권과 관계 없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더라도 「공직자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돈을 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뇌물로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다.

우리는여기서 피고인들의 주장이 국민감정과 얼마나 크게 괴리되어 있는지를 지적하고자 한다.전직대통령의 비자금수사는 개혁차원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역사 바로세우기」의 핵심이다.아무리 역대 통치자들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잘못된 관례」로 이어져 왔더라도 그것이 그릇된 것이라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사법처리가 정통성이 확보된 문민정부의 개혁정책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관행이 잘못된 것일수록,또 그것이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 개혁차원에서 접근해 청산 할 필요가 있다.그래야만 민족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기풍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피고인들은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하려 할 것이 아니라 개혁의 안목에서 그 청산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 나가야 할 공동선임을 수용해야 한다.그러한 시각의 변화가 곧 개혁인 것이다.

1996-0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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