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취하의 「전과 후」/노주석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헌법소원 취하의 「전과 후」/노주석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노주석 기자 기자
입력 1995-11-30 00:00
수정 199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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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결정선고일을 하루 앞둔 29일 정동년씨 등 이 사건 관련 고소·고발인들이 돌연 헌법소원을 취하했다.

소취하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불필요하게 됐다.지난 7월 검찰의 불기소처분이후 넉달동안 3명의 전직대통령과 박준병·정호용씨 등 현역국회의원을 비롯,58명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그리고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동진합참의장 등 현역 장성 9명 등이 관련된 헌정사상 초유의 대사건에 대한 헌재의 「노심초사」는 단번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특히 최고의 헌법판단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 대한 최종 법률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고대한 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소취하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일부 정치권의 편의주의적 「이해득실쫓기」라는 측면에서 실망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상오 민주당이 소취하를 전격 선언하고 나서면서였다.이후 3건의 5·18헌법소원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이들은 이미 하루전인 28일 「선고연기 및 변론재개요청」을 헌재에 내려했다가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을 알고 이같이 「소취하 작전」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결국 소취하장을 접수하는 것으로 해프닝은 종결됐다.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나 TV속보뉴스를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해프닝이라고 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어이 없는 일이었다.

헌재결정의 무산에 따라 5·18특별법제정을 놓고 고민에 싸여 있던 정치권은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소지라는 장애물 위에 임시 다리를 놓고 피해갈 수 있게 됐다.정치적 부담감을 다소나마 덜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소취하로 5·18사건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공소시효를 포함한 모든 법리적 해석의 논란이 잠시 뒤로 미뤄졌을 뿐이다.이같이 잠복된 논란은 필경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수 밖에 없다.

「선고연기요청­소취하」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정치판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쓰레할 뿐이다.
1995-11-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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