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의 실과 득/김경홍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비자금 파문」의 실과 득/김경홍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1995-11-09 00:00
수정 199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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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일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았고 세계 시장을 누벼야할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다.

전직대통령과 친인척,내로라하는 재벌총수들이 등장하는 이번 사건은 거물급 「총출연」뿐 아니라 사건액수면에서도 가히 건국이래 최대사건임에 틀림없다.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잡지도 「한국의 수치」라는 제목아래 노전대통령을 표지인물로 등장시켰다.

먼저 사건이 불러온 부정적인 측면을 보자.무엇보다 국민들의 의욕상실과 엄청난 불신 조장을 들 수 있다.이제 지도층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한 여론조사는 김영삼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는 응답자가 39%에 불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고백」한데 대해 『그것 뿐일까』하는 부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금품수수 시인을 「솔직하다」고 보기 보다는 정치권 전체를 「시궁창」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더 많은것 같다.정권이 바뀔때마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재벌들의 말도 믿는 사람이 없다.

국민들의 의욕상실과 국제적인 신용추락으로 발생한 국부의 손실은 비자금액수와 비교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이렇듯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것을 잃었다.

그러나 잃은것 뿐일까.이제 「위기는 곧 기회가 될수 있다」는 교훈을 곰곰히 생각해 볼 시점이 된것은 아닐까.이번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분명 긍정적 결과도 거둘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직대통령이든,재벌이든,국회의원이든 법을 어긴 경우 언제 어느때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검찰이 생긴 이래 끝없는 논란이 되어온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제껏 공염불에 불과했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정치권에 검은돈이 발붙일 수 없다」「감옥에 갈 각오가 아니면 정경유착은 꿈도 꿀수 없다」는 결과가 얻어진다고 상상해 보자.정치선진국이란 꿈의 실현이 가까워지는 것이다.다만 이번만은 어설픈 구석없이 모든 진실이 반듯하게 가려질때 가능한 일이란 단서가 붙는다.
1995-11-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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