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해야할 언론의 보도 태도(사설)

자중해야할 언론의 보도 태도(사설)

입력 1995-11-07 00:00
수정 199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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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이젠 자중해야 할 국면에 이른 것이 아닌가.언제쯤이면 우리 언론은 사건만 생기면 쩔쩔 끓어가며 지나치게 앞질러가는 경솔함을 벗어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지난주 초에 어떤 신문은 노씨가 「금명간 구속」된다는 표제를 1면톱에 주먹같은 활자로 달았고 며칠 안되어 또 어떤 신문은 노씨를 「주내에 구속해서 병원으로」 보낸다는 기사를 강한 활자로 1면 머리에 올렸다.

이런일에 관해 최근 한 전직 검찰관계자가 충고한 적이 있다.제발 언론이 그런 이상한 앞서가기를 하지말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TV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그 충고 끝에 그는 『언론이 그렇게 사건을 왜곡하다 보면 여론이 오도되어 피의자를 동정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요지의 말도 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지은 죄만큼 심판되어야 할 피의자를,결과적으로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언론의 이런 분별없는 좌충우돌이 본질을 흐려서 물길을 엉뚱하게 돌려놓을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그러나 충고가 있은 바로 그 시점에도 언론의 성급한 추측은이어졌음을 지난주의 언론은 보여주었다.

그런가하면 재벌기업들은 또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재벌이 경영하는 언론사가 상대기업을 확증도 없이 헐뜯어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혐의받는 재벌이야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지 뭘 그러느냐』고 반론할지 모르지만 그건 곤란하다.이것은 준법의 문제다.그리고 정경의 유착문제가 가져온 국가적인 불행을 다루면서 경언의 새로운 유착을 보아야 한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환멸을 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우리 언론의 자중하지 못하는 보도태도에 많은 비판을 보내왔다.지난 삼풍사건 때만 해도 많은 국민들은 이런 지나친 행태를 준열히 나무랐었다.그래서 포토라인도 설치되고 엄격하게 적용도 되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무책임한 「추측」보도나 「앞지르기」보도의 경쟁은 정치권의 사법권침해를 정당화하고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많다.언론의 자중이 요구된다.

1995-11-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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