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통화 도입 난항/독 국민 불안감에 마르크 해외 유출

유럽 단일통화 도입 난항/독 국민 불안감에 마르크 해외 유출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5-10-06 00:00
수정 199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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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선 “국익 우선” 셴겐 협약 발효 늦춰

유럽 통합이 삐꺽대고 있다.마스트리히트 조약상 앞으로의 스케줄은 단일통화도입,외교정책,공동방위등의 순이다.

명실상부한 유럽통합을 상징하는 단일통화 도입에서부터 각 나라간 불협화음이 두드러진다.

단일화폐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명분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하지만 단일화폐도입을 접하는 국민들의 거부반응이 심한데다 각국의 국익우선 정책이 맞물려 마찰음은 갈수록 커진다.

국민들의 거부반응이 가장 심한 곳은 독일이다.

독일인들이 단일통화에 반대하는 것은 세계적이고 안정된 마르크화가 사라질 것에 대한 불안감때문이다.마르크화가 유럽통합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최근 몇달 사이에 독일의 마르크화 자본이 대거 스위스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프랑크푸르트의 금융계도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지 못하지만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스위스 은행의 이자율은 독일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2·5∼3% 수준이다.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유럽단일통화에 편입되지 않으리라는 금융계의 분석때문에 스위스 은행 예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의 라이파이젠 은행같은 곳은 이런 투자가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스위스 유치 판촉을 벌인다.트라움터 은행장은 『유럽 통화가 단일화 되는 99년이 가까워질수록 독일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헬무트 슈미트 전총리는 『독일 연방은행이 단일통화도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또 유럽통합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특히 올해 5월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취임이후 유럽통합의 추진력은 크게 약화됐다.시라크대통령은 유럽통합보다는 국익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통합을 위해 국경을 없애는 셴겐협약의 발효를 늦추고 오히려 테러방지를 내세워 국경 검문검색을 강화한 것이다.

브뤼셀 유럽연합(EU)본부의 외교관들은 최근의 현상들에 대해 「유럽통합의 역류현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오는 12월 마드리드 EU 정례 정상회담이 단일통화도입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파리=박정현 특파원>
1995-10-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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