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임춘웅 칼럼)

기후재난(임춘웅 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5-07-21 00:00
수정 199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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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필자는 뉴욕에 있었다.모처럼 고향을 다녀오겠다고 서울에 간 친구가 1주일도 안돼 돌아왔다.왜 그렇게 빨리 왔느냐고 물었더니 도무지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대답했다.전국이 밤낮없이 찜통이어서 피할 곳이 없더라는 것이다.

20일아침 뉴욕에서 전화를 받았다.8월 중순에 올 예정이던 친구가 예정을 앞당겨 오겠다는 연락이었다.더위 때문에 더이상 머물질 못하겠다는 것이다.용케도 필자는 잘 피해다니는 셈인데 요즘 지구 곳곳에서 기후재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동북부지방과 중서부일대에 벌써10여일째 계속되는 폭염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고 있다.18일 현재 6백69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폭서가 가장 심했던 시카고 지역에서만 3백76명이 희생됐다.

주말에 다시 열파가 몰아칠 것이란 예보가 있어 이 일대 사람들의 곤혹스러움이 적지 않은가 보다.피해가 커지자 책임소재문제까지 나오고 있다.자연재해에 무슨 책임소재냐 할지 모르지만 시카고의 경우 폭서가 심해지자 당국은 노인네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를 했던 모양이다.그것이 화근이 됐다.에어컨도 없는 방안에 머물러있던 노인네들이 많이 죽었을 뿐아니라 전력소요급증으로 정전이 돼 있는 에어컨도 써먹을 수가 없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피해로 국토의 절반이 물에 잠겼고 중국에서도 남부지역에 홍수가 겹쳐 1천2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지금 겨울철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전례없는 이상 한파가 몰아쳐 공항이 폐쇄되는 재난을 겪고 있다.

기상이변이란 지금 새로 생긴 말이 아니다.다만 최근들어 그 빈도가 잦아졌고 그 정도가 혹심해졌다는데 문제가 있다.전문가들은 탄산가스의 배출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서 비롯된 지구온난화 현상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공해가 주범이라는 얘기다.

3∼5년 주기로 일어나는 엘니뇨현상도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엘니뇨현상이란 태평양적도 해상에서 일어나는 해수온도 상승현상인데 대기가 오염되면서 엘니뇨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 몰아쳤던 폭서를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말할 근거는 없다.기록이 없어 비교할순 없지만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에도 그런 이변이 없었으리란 확증이 없다.그러나 우리나라에도 기후변화의 조짐은 역력하다.지난 80여년 동안 일평균기온이 1.5도나 높아졌다.중앙기상대가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이후 88년까지 관측한 기상자료 분석결과다.

기본적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우선은 기후재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예를들면 작년같은 장기간의 혹서에 대비해 전력소요 예측을 다시 해두어야 할 것이다.강변의 제방도 이제까지의 범람개념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늘어나는 자연재해에 인재까지 감당해야하는 한국사람들은 짐이 두개나되는 셈이다.<논설위원>
1995-07-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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