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들(북한 특권층 심층 해부:5)

숙명의 라이벌들(북한 특권층 심층 해부:5)

장수근 기자 기자
입력 1995-06-19 00:00
수정 1995-06-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정일 신임싸고 시기·견제 치열/인사·정책결정에 훼방놓기 일쑤/김국태·김달현­협력사업 아귀 안맞아 얼굴 붉히고/강성산·연형묵­총리직 맞교대 직후 전우가 적으로

○허담 사망뒤 티격태격

▷김국태와 김달현◁

북한에선 누가 김정일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느냐에 따라 「힘」이 붙었다 떨어졌다 한다.

지난 91년 5월 사망하기 전까지 김정일로부터 가장 신임을 받은 인물은 당중앙위비서 허답이었다.그러나 그가 죽은 뒤엔 당간부부장 김국태가 김정일을 자주 수행,힘을 썼다.하지만 그 기간은 고작 1년에 불과했다.92년께부터 김정일의 신임이 김달현과 김용순에게로 옮아갔기 때문이다.처지가 이렇게 바뀌자 부아가 난 김국태는 특히 김달현을 시기,견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달현은 대외경제위원장으로 대외무역을 책임지고 있었다.자연 대외경제협력과 관련한 「사업」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모든 사업은 관련 부서에서 성안은 해도 실행에 옮기려면 당의 검토와 비준이 있어야 한다.김국태는 이같은 메커니즘을 최대한 이용,김달현을 골탕먹였다.당에 올린 사업의 검토와 비준을 별다른 이유없이 미뤘던 것.김달현이 독촉을 해도 김국태는 『지금 검토중이니 좀 기다려라』해놓곤 마냥 시간을 끌었다.

사업이 다급해진 김달현은 김정일에게 당에서 빨리 비준토록 압력을 넣어줄 것을 부탁했다.그러나 김정일로부터 선처해주라는 지시를 받고도 김국태는 계속 깔아 뭉갰다.

김달현으로선 다시 김정일에게 부탁하기가 민망한데다 김국태의 농간으로 하는 일마다 어그러져 부글부글 속을 끓여야 했다.이러니 둘 사이가 틀어질 수밖에 없을 건 뻔한 일.

두사람 사이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건 9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김달현은 자신이 맡고 있던 대외경제위원회위원장 자리에 무역통으로 무역부 부부장을 지낸 이성대를 앉히려 했다.그러나 간부 선임권을 가진 김국태는 무역부장 출신의 최정근을 심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팀플레이어로 최정근보다 이성대를 의중에 두고 있던 김달현은 김정일에게 직소,김국태가 밀던 최정근을 밀어내고 이성대를 앉히는데 성공했다.그뒤 김국태와 김달현은 견원지간이 되고 말았다.

○대표단 여권 늑장발급

▷김국태와 강성산◁

김국태는 강성산 총리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두사람은 만경대혁명학원 동창인데도 선배인 김국태의 시기로 사이가 나빠진 경우다.김국태는 자신이 한번도 올라보지 못한 총리자리에 강성산이 두번씩이나 앉은데다가 김정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데 배알이 틀렸던 것.그래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93년 8월 정무원은 식량사정이 급해지자 태국으로부터 쌀을 사오기로 결정,대표단을 급파키로 했다.

그러나 하루가 급한 대표단에게 도대체 여권이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김국태가 『어디 애좀 먹어봐라』며 미적거렸기 때문.이에 울화가 치민 강성산은 『간부부 때문에 일 못해먹겠다』며 김국태의 못된 짓거리를 김정일에게 일러 바쳤다.강총리를 신임하던 김정일이 김국태에게 『총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그러나 김국태는 예의 우보작전으로 강총리를 계속 애먹였다.강총리는 열이 뻗쳤지만 그렇다고 총리체면에 다시 김정일을 잡고 늘어질 수가 없어 이만 부득부득 갈아야 했다.얼마나 화가 났던지 강총리는 사위 앞에서 『X같은 놈의 X끼』하며 김국태에게 마구 욕을 퍼붓더라는 것이다.

○“정치국원은 별종이냐”

▷강성산과 연형묵◁

두사람 사이는 이유없이 가까워야 하는게 정상이다.둘은 만경대혁명학원과 체코 프라하공대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이기 때문.더군다나 이들은 한국전쟁기간중 김일성친위중대서 같이 근무한 전우이기도 하다.그러나 두사람 사이는 가깝기는 커녕 남들보다 더 껄끄럽다.무엇보다 강성산 총리는 연형묵이 김정일에게 아첨떠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그래서 인간적으로 신임하지를 않는다는 것.둘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강성산 총리가 88년 12월 물을 먹고 하루 아침에 함북도 당비서겸 인민위원장으로 쫓겨내려가 있을 때 후임 총리에 오른 연형묵이 전혀 도와주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함북도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대부분의 중공업체들이 몰려 있다.큰 연합기업소만도 김책제철,청진화학,성진제강 등 세개나 있으며 무산광산을 포함,탄광도 많다.그러나 말이 연합기업소지 이런 큰 공장들은 정무원 지원없이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는 곳이 북한이다.전력공급부터 필수자재에 이르기까지 정무원의 지시없이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원되는게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연형묵은 강성산의 SOS를 받고도 모른척 했다.자연 도당책임비서 강성산은 연합기업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관련,다짜고짜 김정일부자의 질책과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백80도 상황이 역전된 국면이다.92년 12월 연형묵이 총리에서 자강도 당책임비서겸 인민위원장으로 쫓겨간 반면 은인자중하던 강성산이 다시 총리로 롤백했기 때문.사정이 이렇게 뒤바뀌게 됐으니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어떠리란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지체높은 정치국원들도 싸움박질을 합네까』란 강명도씨 물음에 강총리의 대답은 퉁명스럽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야,정치국원은 뭐 별종인줄 아네』<장수근 통일안보연구소 연구위원>
1995-06-19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