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지켜야 안정” 의식 철저/지도층 솔선… 특권의식 없어
일본은 질서가 잘 잡혀 있는 사회인가.최근 옴진리교 사건 등을 보면서 일본이 법과 질서가 잘 지켜지는 사회라는데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까지 「질서있는 사회」라는 인상을 안팎에 깊이 심어주었다.교통흐름과 붐비는 지하철안에서의 예의에서 시작해 학력·실력·연공서열등에 따른 체계적인 승진질서,심지어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질서있는 관계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교통·주차질서는 한국인의 눈에는 경이로울 정도다.제일제당의 도쿄주재원인 김남수씨는 『주행방향이 다르지만 한국에서 운전할 때보다 피곤한 느낌이 3분의1도 안된다』고 말한다.급차선 변경,경적 소리,차선 변경 양보안하기 등 운전을 짜증스럽게 하는 일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질서중시의 문화는 외국인들에게,특히 서구인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무시못할 나라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다.일본인들의 질서의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양과 비판이 교차한다.여하튼 질서의식은 다양함·창조성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본의 발전에는 송곳과 같은 강력한 무기가 돼주었다.
그들은 위기가 닥치면 더욱 질서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지난 1월17일 발생한 고베대지진은 1천년에 한번 일어날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었다.5천5백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하고 시내 곳곳은 부서진 건물과 도로,화재로 아수라장이 됐다.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진 때같은 약탈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매스컴도 손발을 맞췄다.지진지역도 사람사는 곳이라 좀도둑 정도는 있었지만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질서있는 모습만 비춰졌다.해외에서 질서있는 일본인이라는 보도가 잇달았다.이를 인용한 일본내 보도가 나오고 이는 다시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강화시켰다.지진으로 일본사회는 10조엔의 피해를 입었지만 시민의식의 확인,대외이미지 개선이라는 무형의 엄청난 자산을 수확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일본에서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6·25전쟁 당시 수도 서울을 사수한다고 하고서는 정부가 먼저 피란간다든가,쿠데타후 병영으로 돌아간다고 약속하고는 돌아서서 18년동안 독재정치를 하는 위약은 생각하기 어렵다.명치유신의 지도자들은 상당수가 하급무사 출신들로 근검이 몸에 밴 생활을 했고 현대의 대기업 경영자들도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오늘을 일궈내고 있다.국민들은 법과 질서를 지키고 정부의 지시를 잘 따르면 구조를 받거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또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도 보통을 넘는다.예를 들면 일본정부는 이면도로를 잘 정비,차량들이 대책없이 꽉 막혀 있도록 방치하고 있지 않으며,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해 도로가 불법주·정차장화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이와 함께 합리적인 장례식,식사비용과 술값 등의 나눠내기,선물의 간소화 등등 개인에게 무거운 부담이 따르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적 관행들이 정착돼 있다.정치와 관련된 부문을 빼고는 「눈먼 뭉칫돈」이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는다.<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은 질서가 잘 잡혀 있는 사회인가.최근 옴진리교 사건 등을 보면서 일본이 법과 질서가 잘 지켜지는 사회라는데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까지 「질서있는 사회」라는 인상을 안팎에 깊이 심어주었다.교통흐름과 붐비는 지하철안에서의 예의에서 시작해 학력·실력·연공서열등에 따른 체계적인 승진질서,심지어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질서있는 관계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교통·주차질서는 한국인의 눈에는 경이로울 정도다.제일제당의 도쿄주재원인 김남수씨는 『주행방향이 다르지만 한국에서 운전할 때보다 피곤한 느낌이 3분의1도 안된다』고 말한다.급차선 변경,경적 소리,차선 변경 양보안하기 등 운전을 짜증스럽게 하는 일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질서중시의 문화는 외국인들에게,특히 서구인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무시못할 나라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다.일본인들의 질서의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양과 비판이 교차한다.여하튼 질서의식은 다양함·창조성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본의 발전에는 송곳과 같은 강력한 무기가 돼주었다.
그들은 위기가 닥치면 더욱 질서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지난 1월17일 발생한 고베대지진은 1천년에 한번 일어날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었다.5천5백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하고 시내 곳곳은 부서진 건물과 도로,화재로 아수라장이 됐다.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진 때같은 약탈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매스컴도 손발을 맞췄다.지진지역도 사람사는 곳이라 좀도둑 정도는 있었지만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질서있는 모습만 비춰졌다.해외에서 질서있는 일본인이라는 보도가 잇달았다.이를 인용한 일본내 보도가 나오고 이는 다시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강화시켰다.지진으로 일본사회는 10조엔의 피해를 입었지만 시민의식의 확인,대외이미지 개선이라는 무형의 엄청난 자산을 수확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일본에서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6·25전쟁 당시 수도 서울을 사수한다고 하고서는 정부가 먼저 피란간다든가,쿠데타후 병영으로 돌아간다고 약속하고는 돌아서서 18년동안 독재정치를 하는 위약은 생각하기 어렵다.명치유신의 지도자들은 상당수가 하급무사 출신들로 근검이 몸에 밴 생활을 했고 현대의 대기업 경영자들도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오늘을 일궈내고 있다.국민들은 법과 질서를 지키고 정부의 지시를 잘 따르면 구조를 받거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또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도 보통을 넘는다.예를 들면 일본정부는 이면도로를 잘 정비,차량들이 대책없이 꽉 막혀 있도록 방치하고 있지 않으며,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해 도로가 불법주·정차장화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이와 함께 합리적인 장례식,식사비용과 술값 등의 나눠내기,선물의 간소화 등등 개인에게 무거운 부담이 따르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적 관행들이 정착돼 있다.정치와 관련된 부문을 빼고는 「눈먼 뭉칫돈」이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는다.<도쿄=강석진 특파원>
1995-05-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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