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정신분석학을 기호학언어학으로 풀이/라캉 철학으로 현대대중문화 해석/「영화와 소설…」/히치콕 영화·유행가에 철학이론 대입/「삐딱하게 보기」/탐정소설 재해석… 사회현상 진단도
프랑스 현대철학자 자크 라캉의 이론틀을 빌려 「대중문화읽기」를 시도하는 책 두권이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 권택영교수의 「영화와 소설속의 욕망이론」(민음사)과 옛 유고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글을 김소연·유재희가 옮긴 「삐딱하게 보기」(시각과 언어)가 그것.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현대 기호학과 언어학으로 재해석해낸 라캉은 흔히 후기구조주의나 해체주의자들의 반열에 놓인다.그의 철학은 『너무 교묘해서 판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왔다.이처럼 까다로운 철학자를 별볼일없는 대중문화를 통해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수월하게 읽히더라는 전언도 이 책들은 지니고 있다.
「∼욕망이론」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틀로 우리 소설 읽는 작업을 꾸준히 펴온 권택영교수가 그 비평의 영역을 대중문화에까지 넓힌 책.롤랑 바르트·르네 지라르·미셸 푸코 등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서구비평이론을 망라하고 있지만 방점은 역시 라캉에 두고 있다.이 책은 라캉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히치콕의 영화문법을 빌려서 읽어본다.영화속의 평범한 시민 손힐이 FBI가 러시아를 교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공의 스파이 캐플란으로 둔갑해버리는 것은 러시아첩보원이 그를 캐플란으로 오해하는 순간,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원하건 원치 않건 자아의 모습이 뒤틀려버리는 라캉의 「타자의식」개념은 이처럼 액션추리극과 나란히 놓였을 때 윤곽이 선명해진다는 것.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대중가요의 구절도 라캉이론의 체로 걸러보면 의미가 새롭다.타자가 나를 거울처럼 비추는 존재가 아니므로 인간관계에서 1백%의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나의 욕망은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시선속마음에 의해 일정하게 제한되기 때문.사랑을 품은 상대,즉 욕망의 대상은 그 자신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욕망이 온전히 채워질 수 없다는 관계의 본질탓에 늘 실제보다 커 보이게 마련이라는 진실을 유행가 가사가 묘하게 짚어주고 있다.
「∼욕망이론」에 비해 「삐딱하게 보기」는 대중문화보다 철학자 라캉의 이해쪽에 훨씬 무게를 싣고 있다.이 책은 단서를 통해 범인을 포착하는 추리소설속의 탐정을 환자의 외상을 분석하는 정신분석학자에 비유하는가 하면 서부영화 「셴」과 셰익스피어 사이에서 공통법칙을 끌어내면서 라캉이론의 골격에 살을 붙인다.대중문화이해에 쓰이던 라캉의 잣대가 동구권 붕괴,유태인대학살 등 사회적 현상을 진단하는 데로까지 연결되는 점이 특색있다.
하찮게 보기 쉬운 영화며 소설들이 위대한 지성의 조명 아래 되살아나는 과정은 흥미롭다.고도로 추상화된 이론을 유행가속에서 풀어내는 작업엔 물론 이론의 두께를 얄팍하게 변질시킬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고상한 것과 저급한 것을 무자르듯 가른 엄숙한 「근대」에 문제를 제기해온 최근 철학의 추세와 맞물리면서 점차 조심스러운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손정숙 기자>
프랑스 현대철학자 자크 라캉의 이론틀을 빌려 「대중문화읽기」를 시도하는 책 두권이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 권택영교수의 「영화와 소설속의 욕망이론」(민음사)과 옛 유고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글을 김소연·유재희가 옮긴 「삐딱하게 보기」(시각과 언어)가 그것.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현대 기호학과 언어학으로 재해석해낸 라캉은 흔히 후기구조주의나 해체주의자들의 반열에 놓인다.그의 철학은 『너무 교묘해서 판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왔다.이처럼 까다로운 철학자를 별볼일없는 대중문화를 통해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수월하게 읽히더라는 전언도 이 책들은 지니고 있다.
「∼욕망이론」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틀로 우리 소설 읽는 작업을 꾸준히 펴온 권택영교수가 그 비평의 영역을 대중문화에까지 넓힌 책.롤랑 바르트·르네 지라르·미셸 푸코 등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서구비평이론을 망라하고 있지만 방점은 역시 라캉에 두고 있다.이 책은 라캉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히치콕의 영화문법을 빌려서 읽어본다.영화속의 평범한 시민 손힐이 FBI가 러시아를 교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공의 스파이 캐플란으로 둔갑해버리는 것은 러시아첩보원이 그를 캐플란으로 오해하는 순간,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원하건 원치 않건 자아의 모습이 뒤틀려버리는 라캉의 「타자의식」개념은 이처럼 액션추리극과 나란히 놓였을 때 윤곽이 선명해진다는 것.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대중가요의 구절도 라캉이론의 체로 걸러보면 의미가 새롭다.타자가 나를 거울처럼 비추는 존재가 아니므로 인간관계에서 1백%의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나의 욕망은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시선속마음에 의해 일정하게 제한되기 때문.사랑을 품은 상대,즉 욕망의 대상은 그 자신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욕망이 온전히 채워질 수 없다는 관계의 본질탓에 늘 실제보다 커 보이게 마련이라는 진실을 유행가 가사가 묘하게 짚어주고 있다.
「∼욕망이론」에 비해 「삐딱하게 보기」는 대중문화보다 철학자 라캉의 이해쪽에 훨씬 무게를 싣고 있다.이 책은 단서를 통해 범인을 포착하는 추리소설속의 탐정을 환자의 외상을 분석하는 정신분석학자에 비유하는가 하면 서부영화 「셴」과 셰익스피어 사이에서 공통법칙을 끌어내면서 라캉이론의 골격에 살을 붙인다.대중문화이해에 쓰이던 라캉의 잣대가 동구권 붕괴,유태인대학살 등 사회적 현상을 진단하는 데로까지 연결되는 점이 특색있다.
하찮게 보기 쉬운 영화며 소설들이 위대한 지성의 조명 아래 되살아나는 과정은 흥미롭다.고도로 추상화된 이론을 유행가속에서 풀어내는 작업엔 물론 이론의 두께를 얄팍하게 변질시킬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고상한 것과 저급한 것을 무자르듯 가른 엄숙한 「근대」에 문제를 제기해온 최근 철학의 추세와 맞물리면서 점차 조심스러운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손정숙 기자>
1995-05-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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