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김영화 한림대교수·영어학(굄돌)

친구/김영화 한림대교수·영어학(굄돌)

김영화 기자 기자
입력 1995-04-30 00:00
수정 199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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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너무 멀어 보일 때/어두움이 밀려올 때/모든 일이 다 틀어지고/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그때는 기억하세요/사랑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웃음짓기가 어렵고/기분이 울적할 때/날려고 날개를 펴도/날아 오를 수 없을 때/그때는 기억하세요/사랑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몇년동안 소식이 뜸 했던 친구가 동창회 모임을 주선하면서 보낸 어떤 서양 시인의 글귀다.오십이 다 된 나이에 아직도 시구를 적어 보낼 수 있는 순수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각각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환경이 달라도 같은 기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면모란 다 같은 것인가 보다.동지감이 느껴지고 편안한 마음이 되면서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파리 시내에서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오가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가상의 상대와 무엇인가 말을 나누던 것이 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때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되었던 어떤 친구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내게 되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그런 날에는 시장에 갔단다.좌판을 벌려놓은 아주머니들은 나물거리 다듬던 손끝으로 따뜻한 정을 건네준다.체념어린 지친 얼굴로 시익 웃어줄 때는 인생을 달관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푸근히 가라앉더라 했다.

「…서로 말이 통하고/가슴이 통하고/…/겨레로서의/이 축복/서로/사랑하며 감싸주며/굳게 뭉쳐/천년을 살기로서니/만년을 살기로서니/맺은 인연을/다하랴/허물없이/따뜻하게 살자」박목월님의 「조국의 태양」중에서 일부를 새기며 친구의 우정을 기린다.

1995-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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