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왔으면 이자를…/김종위 환경부 장관(일요일 아침에)

꿔왔으면 이자를…/김종위 환경부 장관(일요일 아침에)

김중위 기자 기자
입력 1995-04-23 00:00
수정 199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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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일하게 된지 벌써 1백여일이 지났다.

쓰레기와 가뭄과의 계속된 싸움으로 지낸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는 가운데 힘든 일정들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은 여기 저기에서 초청하는 강연을 소화해 내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짭짤한 부수입(단순히 강사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도 올릴 수 있어서 아무런 후회는 없지만,새벽 7시 조찬강연에서 저녁 만찬강연까지 이어지는 날에는 여간 힘든 하루가 아니었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될수록 많이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정책을 팔고 다니는 세일즈맨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에서부터 최고경영자모임에 이르기까지 요구하는 대로 정책판매원역을 하다보니 가진 밑천이 모조리 들통이 날 지경이 되었다.

앵무새처럼 똑 같은 얘기만 할수도 없고 새로운 상품을 멋지게 포장해서 내놓아야 할텐데 원료를 구할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그저 강연하러 가는 차중에서,또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주워 섬길 때도 없지 않은데 그중에서 제법 기발한 것(?)한가지만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예부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살아왔다.

자연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만큼만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된다.더도 덜도 아니다.「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환경선언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개념도 우리의 전통적 인식만으로 본다면 우리의 개발이 후손의 개발에 장애만 되지 않으면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아주 다른 발상으로 오늘의 지구를 보는 시각이 있다.

아프리카의 케냐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지구는 너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너의 아들딸로부터 빌린 것이므로 잘 보살펴야 한다」는 아주 멋진 속담이 있다.

환경문제를 다루는 사람치고 이 속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주 인용되는 속담이지만 나는 단순히 그 속담을 인용하는 것만으로는 어딘지 양이 차지 않아서 강연도중에 그만 「빌려왔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말하기 시작했다.

빌려왔다는 뜻은 꿔왔다는 뜻이고 꿨다면 당연히 이자가 뒤따르게 마련이기때문에 환경문제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단순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하나도 훼손시키지 않은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후손에게 이자까지 지불해야 한다고까지 비약하여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비록 지금까지 아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일이지만 54년 유엔이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체계화시켰는데 이때 지구환경보전의 기본개념을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로 집약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면 족할 일인데 여기에다가 「환경적으로 건전」할 것을 요구한 것이야 말로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지구를 후손들에게 되돌려 줄 때는 「이자」(「환경적으로 건전한」지구)까지 붙여주어야 한다고 분명히 못박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기상천외의 논리를 청중들에게 들이댔다.

내얘기가 그럴듯 했든지 어떤지 여하튼 강연이 다 끝나고 몇몇 주최측과 함께 잠시 차한잔 할 자리가 마련되어 한담을 하는데 어떤분이 느닷없이 『장관님,그런데 기왕이면 이자라는 말대신에 이식이라고 하면 더 포괄적이고 좋을 것 같은데 그랬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그때 나는 서슴없이 말했다.

『제가 말한 이자라는 말은 후손들에게 이롭게 하자는 뜻이었습니다.그리고 또 아들에게 이롭게 하자는 뜻의 이자나 딸에게 이롭게 하자는 이식이나 모두 후손들에게 이롭게 하자는 뜻이니 딸·아들 구분해서 쓸 필요야 없겠지요.더 좋은 말을 만들어 쓴다면 후손들에게 이로워야 한다는 뜻의 이손이 더 적절할는지도 모르겠는데요』
1995-04-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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