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보복살인극(94년/충격의 365일:3)

증인 보복살인극(94년/충격의 365일:3)

곽영완 기자 기자
입력 1994-12-17 00:00
수정 1994-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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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정 이젠 누가 돌보나요”/머리 맞아 불구된 아내 병원비 막막/「제2의 희생」없게 신변보호 강화를

『단순하게 생각한 법정증인 출석이 이처럼 큰 고통을 가져다 줄지는 정말 몰랐습니다.보복살인이라니요.그것도 아무 죄없는 어린 아들과 아내를…』

「지존파 연쇄살인사건」등 잇따른 강력범죄로 불안이 높아지고 있던 지난 10월 초순 경기도 수원에서는 법정증인가족을 대상으로 한 희대의 보복살인극이 벌어져 또 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4년전 강간피의자에 대한 불리한 법정증언이 불씨가 된 이 보복살인극의 피해자 김만재(김만재·38·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씨 일가는 이날 이후 계속되는 악몽과 허탈감에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범인 김경록(27)에게 아들 현(11)이를 잃었고 머리를 다친 부인 김순남(37)씨마저 여전히 반신불수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김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정증인 출석의 어리석음을 곱씹고 후회하며 딸 유미(13·국교6년),어머니 정진순(66)씨와 함께 부인을 간호하는일이 전부다.

트럭을 직접 운전해 상품을 나르던 생업마저 마음이 안잡혀 그만 두었고 병원비가 걱정이 돼 아내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가끔씩 일당을 받고 품일도 나가보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사건 이후 가장 허탈했을 때는 범인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됐을 때였습니다.딸과 함께 두려움에 떨며 파출소에서 보호를 받으면서도 직접 만나 그토록 원한에 사무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우리가족에게 남은 한은 어디서 풀어야 하겠습니까』

그 한을 풀기 위해 범인가족들을 상대로 또 다른 보복도 생각해보았다는 김씨의 모습에서 보복살인의 잔인성이 새삼 느껴져 온다.

그의 모습에서 보듯 이 보복살인극은 법정증인들이 범죄에서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많은 사건에서 입증됐듯이 날뛰는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용기있는 고발과 증언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이처럼 범죄피해자나 신고인들이 범죄자들의 보복대상으로 노출되는 상황은 치안의 위기상황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물론 범죄신고자 보호와 범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가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돼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규정에 그쳤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었다.

증인들에 대한 신분보장과 비공개증언 등 제도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처럼 얼마든지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무방비상태에서 피해자들이 갖는 또 다른 고통은 어느 누구도 그들의 피해를 보상해줄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김씨는 편의주의적인 법정증인문제에 화살을 돌린다.

『자신들이 불러 증언을 하도록 한 증인가족들이 절망속에 빠져 있는데도 검찰은 물론 법원에서 조차 누구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불구가 되는 정신적인 충격뿐 아니라 아내의 병원비를 물어야 하는 물질적인 피해까지도 자신의 몫이 돼버린 그는 얼마전 청와대와 법무부에 이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냈다.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내용과 함께.<곽영완기자>
1994-12-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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