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뭐하는 곳인가(사설)

국회가 뭐하는 곳인가(사설)

입력 1994-11-17 00:00
수정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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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12·12공세에 따른 국회공전속에 예산안처리의 법정시한이 보름앞으로 다가왔다.상임위의 예비심사와 예결위심의,그리고 본회의 의결등 최소한의 법적 절차에만도 10여일이 소요되고 정상적인 예결위심의에는 15일이 걸리는데 국회는 아직 작년예산의 결산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당장 심의를 시작한다고해도 약 55조원의 내년 예산안심의의 부실과 졸속은 이미 피할수없게 되었다.

국회의 예산심의는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국정운영계획을 따져서 확정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이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우리 헌법과 법제도가 이 의무를 다할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제도적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있는 데서도 알수있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예산심의기능은 입법기능과 더불어 국회존립의 목적과 이유라 할수있다.

이번 국회는 예산안뿐 아니라 지자제실시와 민생개혁에 필요한 1백80여개의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추곡수매동의안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가입비준안등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주요 의안의 처리는 미룰수없는 과제다.그럼에도 예산심의와 입법기능 둘 다 마비상태라면 국회가 왜 있어야 하느냐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의 존립이유와 국회의원의 책무에대한 우리야당의 인식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예산심의와 입법기능이 국회의원으로서 해도 그만,안해도 그만인 특권쯤으로 알고있다.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수행해야할 의회활동과 정당활동의 구분조차 없는 상태다.

민주당 이기택 대표가 최근에 했다는 말이 좋은 예다.그는 새해 예산안심의는 바쁘지않고 법정시한은 중요하지 않으며,예산을 깎아보아야 그까짓 몇푼이나 깎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오직 중요한것은 12·12 기소유예 철회이며 이 사건의 공소시한인 내달 11일까지의 국회공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의회활동과 정당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국회를 정당활동의 도구로 삼는 행태와 그로인한 의회운영의 혼란이 초래되고있다.12·12시비는 야당이 정당활동으로서 헌정질서 테두리안에서 얼마든지 투쟁할 자유가 있지만 그것때문에 의회활동을 마비시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의무의포기요 의정질서의 위반이 되는것이다.헌정질서의 파괴를 역사적으로 바로잡자는 민주당이 헌정질서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태를 보이는것은 자가당착이다.더욱이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정시한을 어기는 위법을 아무렇지않게 여기는것은 헌정질서에 대한 파괴적인 자세라고 할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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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민주당이 책임있는 공당이라면 국회공전에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며 무조건 예산심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국회정상화는 의무의 이행이지 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다.
1994-1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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