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단독국회” 확인/야 「강공」 내부 제동

여 “단독국회” 확인/야 「강공」 내부 제동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4-11-16 00:00
수정 199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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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대치정국 열이틀… 민자·민주 동향/“사안성격상 절충여지 없다” 외길 수순/민자/“투쟁목표 뭐냐” 일부의원 「가투」에 이의/민주

여야는 15일 원내총무회담을 갖고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절충점 없이 회담이 결렬되는등 서로 「제갈길만 가겠다」는 식의 팽팽한 대립양상이 계속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기약 없는 투쟁」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와 주목되고 있다.

▷총무회담◁

○…이날 상오 황낙주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의장실에서 열린 원내총무회담에서 민자당의 이한동총무는 『남은 정기국회 회기가 한달밖에 안되고 예산안 심의기간도 촉박하므로 모양새 좋은 국회는 틀렸지만 이제라도 국회에 들어와 달라』고 요청.

그러나 민주당의 신기하총무는 『12·12문제는 기소 말고는 절충이나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고 맞서 결국 회담은 20분만에 결렬.

회담이 끝난 뒤 이총무는 『오늘 단독국회 얘기는 일체 안했으며 되든 안되든 주말까지 막후 정상화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설명.

○…황의장은 총무회담이 끝난 뒤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이기택대표를 찾아가 『국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영수가 한번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를 주선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피력.

이대표는 그러나 『12·12사건 관련자를 기소하라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자는 것』이라면서 『국회정상화보다 기소가 우선』이라고 일축.

▷민자당◁

○…이날 상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16일 당무회의,17일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야당이 이번 주안에 국회에 복귀하지 않으면 단독국회를 강행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했으며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처리 안건을 상정하기로 일정을 확정.

이총무는 전날 청와대에서 있은 당정회의 결과를 보고한 뒤 『현재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사안의 성격상 절충점을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외길수순」을 강조.

이총무는 또 『현안이 있는 상임위는 이번주에라도 정식회의를 소집하되 여의치 않으면 간담회라도 열어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고.

▷민주당◁

○…이대표의강공드라이브에 첫 제동이 걸리면서 당내에 이상기류가 형성되는 조짐이 나타나 주목.

이날 아침 소집된 당무위원과 소속의원 연석회의에서 이협 수석부총무는 『우리당의 처음 주장은 기소유예처분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정권퇴진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등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도대체 우리당의 투쟁목표는 뭐냐』고 지도부에 반문.

이 부총무는 이어 『민주당은 국회의 반쪽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정당으로서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전제,『12·12투쟁을 언제까지,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

국회 농림수산위 소속의 김영진의원도 이 부총무와 논지는 달랐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및 추곡수매문제에도 당지도부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이대표의 「12·12 투쟁」의지에 김을 빼는 모습.

김의원은 『지금 농촌에는 야당이 12·12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UR나 추곡수매문제등이 묻혀버리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고 전하고 『12·12투쟁에 힘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농촌문제를 연계시키자』고 주장,정국의 초점을 「12·12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이대표의 전략에 제동.

한편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이날 하오 5시부터 서울의 도심지에서 추가로 제작한 당보를 배포하며 대국민홍보활동을 전개.<최병렬·진경호기자>

◎여야 「정상화」 해법찾기 물밑접촉/채널 풀가동… 접점 “암중모색”/아직 초보적 단계… “「명분」 축적 목적” 분석

민주당의 「12·12사건」 관련자 기소관철 투쟁으로 국회가 열흘이상 공전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국회정상화를 위한 막후접촉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회 공전이 3주째로 접어든 지난 13일을 분수령으로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여야의 물밑대화는 국회 공전에 따른 양비론적 비난을 의식한 여권쪽에서 먼저 제의했을 가능성이 크며 접촉 파트너는 여권핵심부와 「12·12」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기택대표의 측근 의원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좀더 구체적으로 여권쪽에서는 이원종 청와대정무수석과 서청원 정무1장관이,그리고 민주당쪽에서는 문희상 대표비서실장등이 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서장관은 14일 『우리가 그냥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처음으로 여야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물밑접촉이 시도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서장관의 이같은 발언으로 정가에서는 이대표와 비교적 접촉이 잦은 편인 서장관이 이미 만나봤을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문희상 대표비서실장은 일요일인 13일 이원종 청와대정무수석을 만나 이대표의 정확한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혀 여야의 물밑대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이대표도 15일 북아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쪽에서 만나자고 한다는 보고를 듣고 만나보도록 했다』고 밝히고 『비공식적인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 말고도 민자당의 문정수 사무총장과 민주당의 최낙도 사무총장이 경색정국을 풀기 위해 두번 만났고 원내의 공식 협상창구인 이한동·신기하 양당총무도 수시로 접촉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황낙주 국회의장도 15일 이대표를 직접 찾아가 국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같은 징후들로 해서 민주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국회 안에 「12·12」진상규명특위 설치 ▲관련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전두환·노태우씨의 대국민 사과 및 이들의 서훈박탈 ▲전직 국가원수 예우에 관한 법률개정을 통한 예우 중단등이 「12·12」정국을 풀 수 있는 해법이라는 성급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여야의 물밑접촉은 아직까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신통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그리고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이룰지에 대해서도 극히 회의적이다.

정국경색의 본질을 살펴보면 물론 이대표가 워낙 강공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있다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이미 연말정국의 최대변수로까지 떠오른 이대표는 의원직 사퇴도 각오한다는 식으로 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민자당도 분위기가 강경하기는 마찬가지다.이대표의 요구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민자당은 민주당 주변에서 떠도는 수습방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검찰의 기소번복을 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아주 부정적이다.

결국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여야는 한동안 끝없는 팽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물밑접촉도 서로 명분을 축적하려는 수순에 그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한종태기자>
1994-11-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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