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종주국(외언내언)

김치종주국(외언내언)

입력 1994-10-29 00:00
수정 199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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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우리에게는 김치가 있다.김치만큼 확실한,김치만큼 자신만만한 우리의 것이 또 있을까.따끈따끈한 이팝에 잘익은 포기 김치 한탕기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김장김치,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보쌈김치,쌉쌀하다가도 잘삭은 젓갈맛과 어울려 심오한 맛을 내는 고들빼기김치,우아하고 국제성이 느껴지는 백김치,싸아하게 시원한 한겨울의 동치미.이렇게 다양하고 맛이 깊은 반찬이 달리 있을까.

김치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특히 동남아에서는 한국인을 상대로 하지 않는 음식점에서도 김치를 준비하는 곳이 늘어갈만큼 확산되고도 있다.가족을 위한 정성때문에 음식을 장만하는 그분의 손끝에서는 효소가 나온다고 믿어지는 우리의 어머니들 솜씨로 먹어온 김치는 우리를 지탱해온 이땅의 문화였다.

이렇게 우리만의 고유하고 특징이 강한 식품이어서 김치에 관한한 다른 나라 누구도 언감생심 끼어들 생각은 못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어왔다.그러나 장사속에 밝고 연구능력이 뛰어난 일본이 어느틈에 우리의 허를 찌르고 세계의 김치시장을 넘보며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벌써 오래전에 들어와 충격을 주었다.

뭘했기에 그렇게 되었느냐고 설왕설래 입씨름을 했다.『김치야말로 한국의 솜씨』라는 자신감만 가지고,또 김치같은 건 「아녀자」들이나 담그는 것이지 과학과 기계가 달려들어 개발해야 할 산업의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던 우리의 불찰이 영악한 일본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다.번번이 당하는 우리의 허술함.

그러나 김치야말로 누가 뭐래도 우리가 종주국이다.그렇게 호락호락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경제논리로만이 아니다.우리 영혼의 깊고깊은 곳까지 그 향기가 배어있는 음식문화의 정수를 지켜야 한다.이제라도 김치종주국임을 만방에 고하고 종주국다운 권위와 면모를 갖추기로 한 행사가 서울신문에 의해 마련된 것도 그 때문이다.우리만이 할수 있는 일이다.

1994-10-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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