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자초한 군/이건영 정치2부차장(오늘의 눈)

화 자초한 군/이건영 정치2부차장(오늘의 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1994-10-07 00:00
수정 199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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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스스로 화를 부르는 우를 범하고도 이유를 몰라한다.이번 장교무장탈영사건과 관련하여 군당국은 대대장·중대장등 상급지휘관 3명을 포함,29명을 사건발생 직후 대거 구속했으면서도 쉬쉬해오다 언론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진상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 결과가 됐다.

관련자 구속과 동시에 이런 사실을 공표했더라면 군 기강해이라는 사건발생의 원인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더라도 군기확립을 위한 「일벌백계」의 조치라는 일견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관련자 대거구속사실을 숨김으로써 『군이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려 국민을 또한번 속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즉 관련자를 슬그머니 연행조사하다 여론이 계속 시끄러우면 「구속」으로 가고 조용하면 어물쩡 넘어가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군수뇌부의 대처능력부족이 호미로 막을 상황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힘든 형국을 불렀다는 자조감이 군내부에서 조차 일고 있다.사태가 이토록 꼬인 것은 아직도 개혁정신과는 동떨어진보신제일주의가 군 일각에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군은 이제 제2의 개혁시대를 맞고 있다.무엇보다 군의 기강이 땅에 떨어져서는 군사문화의 인적 청산을 넘어 제도적 청산으로 나갈 2차 개혁의 성공이 불가능해진다.

조그마한 해안 후방부대에서 일어난 하극상의 파장이 이처럼 재확산된 데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에 앞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군내의 상황을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관련자 구속발표를 조사가 완전히 끝난뒤 하려다 시기를 잃었던 것인지,아니면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진상축소를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국정감사장에서 어느 의원도 관련자 처리등 후속조치의 내용을 묻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행정부와 국회의 「총체적 직무유기」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공허한 「책임론」「인책사퇴론」만을 외치다 판이 끝나 버렸던 것이다.



공허한 책임공방은 이제 끝내야 한다.지금은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군 기강확립방안을 마련하는데 군과 행정부 뿐 아니라 국회도 동참한다는 각오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우리의 안보태세에 뚫린구멍은 그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도 결코 방치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4-10-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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