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합의이행계획 놓고 탐색전/「2차회담」실무회의 어떻게 돼가나

미­북 합의이행계획 놓고 탐색전/「2차회담」실무회의 어떻게 돼가나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9-26 00:00
수정 199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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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조급… 본격협상엔 못이른듯/북 “진전” 공언불구 이견조기조율 불명

3단계고위급 2차회담을 진행중인 미국과 북한은 24일과 25일 이틀동안 실무자회의를 열어 각자가 준비해온 합의서 초안의 성격을 띤 문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이 문안은 북한핵문제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정한 지난달 1차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한 양측의 이행계획서에 해당된다.양측 차석대표인 로버트 허바드국무부동아태담당부차관보와 김계관외교부순회대사를 비롯,각각 5명씩의 대표가 참석한 실무자회의에서는 이행계획서에 대한 검토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회담은 아직 협상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탐색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실무자회의 결과에 대한 양측의 판단이 서면 수석대표가 나서서 「밀고 당기기」식의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2차회담은 유난히 이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수 있다.1차회담이나 1,2단계회담에서 갖지 않았던 실무자회의를 가진 점이나 북한측 수석대표인 강석주외교부부부장이 기자회견을 처음으로 자청했다는 사실등이다.

실무자회의를 갖는데는 회담의 효율적인 진행이라는 측면도 작용했겠지만 양측 모두가 시간적으로 쫓기고 있기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한 외교소식통은 『실무자회의를 하면 양측 정부의 훈령을 받느라 대표단회담을 쉬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일인 25일의 실무자회의는 휴일에는 철저히 회담을 쉬는 것을 원칙으로한 미국측이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회담의 타결이 급하기는 대체에너지의 조속한 공급을 원하는 북한측도 마찬가지다.

강부부장이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는 아직까지 수수께끼다.그가 굳이 회담 초반에 「진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회담을 장미빛으로 비치게 한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강부부장은 실무자회의에서 합의문안 작성작업에 들어가며 합의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해 상당부분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내비쳤다.그의 회견은 국내 언론에 「합의문 소동」을 빚게 했고 미국측 고위회담대표의 해명성 간담회가 마련되어야 했을 만큼 한차례 소동을 빚기도 했다.

강부부장의 이같은 회견은 평양의 강경파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한국형 경수로를 거부하고 특별사찰을 받아들일수 없으며 키티 호크항공모함의 동해안 배치에 대한 공개적인 지적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다분히 기록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부부장의 발언이 전혀 근거없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그는 어떤 판단에서 그랬는지는 알수 없으나 「진전」이라는 용어를 썼고 미국측 고위관리도 「진지한 논의가 있었고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점이다.

강부부장의 발언이 베를린전문가회의에서 나온 북측의 발언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한국형경수로등에 대한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타협과 협상의 여지는 계속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북한측은 새로운 제안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측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한국형 경수로,5메가와트 원자로의 동결및 재장전 금지,대체에너지의 지원,사용후연료봉의 장기보관문제등은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두 드러난 현안을 시간대별 이행순서를 짜맞추는 일이 가장 어려운 협상대상으로 꼽히고 있다.벌써부터 당초 1주일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회담이 그이상 넘어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협상이 그만큼 어려워질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아직까지는 회담전망을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같다.<제네바=박정현특파원>
1994-09-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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