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남수(외언내언)

시인 박남수(외언내언)

입력 1994-09-22 00:00
수정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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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시인이 별세했다.76평생동안 세번의 고향상실을 경험한 우리시대의 불행한 시인이 끝내 고향을 찾지 못한 채 17일 이역(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평양에서 태어난 박시인의 첫번째 실향은 6·25동란중 월남한 것이고,두번째는 노연에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간 것이며,세번째는 그 모든 외로움을 함께 나누던 아내를 지난해 잃은 것.거듭된 실향의 아픔을 토로하면서도 그는 금의환향의 기회인 지난 6월의 제2회 공초문학상(서울신문제정)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도위에/파란 물감을 엎질렀다./바다에 반도가 잠긴 것은 아니다./중간에서 동강난 분단위에/파란 물감이 엎질러져/한 색으로 파란빛을 뿜은 것이다./오죽하면 대낮에/엉뚱한 꿈의 물감을/엎질러놓았겠는가/…반도에 물감이 엎질러져/한 빛깔이 되면 된다./꿈의 물감이 영롱하게 드러나면 된다./허리를 동인/분단이 덮이어 사슴도/넘나 들고,사람도 그랬으면 된다」(공초문학상 수상작 「꿈의 물감」)

그러고 보면 그의 고향은 동강난 허리를 꿈의 물감으로 지운 통일조국이었던 것.미국으로 이민간 다른 실향민들과 달리 박시인은 북쪽의 고향도 찾아보지 않았고 떠나간 남쪽에도 단 한번 발길(84년)을 했을 뿐이다.

39년 「문장」지로 등단,「초롱불」「갈매기 소묘」 「신의 쓰레기」 「새의 암장」등 4권의 시집을 낸 그는 『60년대 한국시의 내면의식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75년 미국 이민후에는 야채장수,구멍가게주인으로 15년동안 절필했다.노동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사과나무 아래 누워 입을 벌리고만 있던 그동안의 비생산적인 삶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지만 뿌리뽑힌 삶의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다행히 91년부터 시작활동을 재개,「그리고 그 이후」 「소로」등 4권의 시집을 또 냈으나 「오죽하면 대낮에/엉뚱한 꿈」으로 찾던 고향을 끝내 못보고 떠난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 할 수 있다.명복을 빈다.
1994-09-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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