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 세계일보발행인 결격” 통보의 배경

“박보희 세계일보발행인 결격” 통보의 배경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4-07-26 00:00
수정 199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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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방북」 단호조치의 신호탄/“자의적 대북접촉 불용” 강한 경고/현직 언론사장의 자격박탈 “제1호”

정부가 세계일보 박보희사장의 발행인 결격사실을 발표한 것은 그에 대한 단호한 조치의 시작이다.멋대로 북한을 방문한 박씨를 사법처리하는 것을 넘어 어떤 위치에 있는 인사나 단체도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북한과 연관을 가질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현역 언론사주가 정부에 의해 발행인 자격을 박탈당하는 첫 선례라는 점도 시사적이다.

정기간행물등록법은 발행인이 될 수 없는 범위를 4가지로 최소화하고 있다.우리의 국적을 가지지 않았거나 주소를 한국안에 두지 않았을 때,형법·국가보안법에 의해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와 보안및 보호처분을 받았을 때 등이다.

박씨는 정부의 허가없이 북한을 방문,북한정권을 고무·찬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귀국한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리라 예상된다.그렇지만 재판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더구나 박씨가 미국영주권을 지니고 있어 아예 귀국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최근의 「조문파동」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박씨를 조기 응징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이해된다.한국 안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박씨의 발행인 자격을 박탈한 이번 조치는 정부가 할수 있는 1차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는 별개로 그동안의 행정처리 미흡도 지적된다.박씨가 세계일보 발행인으로 등록한 시점은 91년 11월25일이다.당시 박씨는 성동구 능동에 주민등록이 있었다.하지만 그 이전인 91년 1월14일 해외이주법과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어 해외영주권 소지자는 주민등록을 가질수 없게 돼있었다.지난 65년 미국영주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박씨의 불법행위가 3년여 남짓 방치되었다고 볼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해외영주권 소지자가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한 법에 저촉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번에도 박씨의 방북이 문제가 된뒤 미국 현지공관의 확인까지 거쳐 그의 영주권 소유사실을 확인,지난 18일자로 박씨의 주민등록을 말소시켰다고 밝혔다.이번 발행인 자격박탈은 주민등록말소에 따른 자연스런 조치라는 것이다.

박씨 사건과 관련,이제 주목되는 것은 세계일보의 대응이다.박씨는 세계일보사가 발행하는 세계일보를 비롯해 주간지인 「전교학신문」 「주간세계」,월간지인 「세계와 나」 「세계여성」 「쉬크」,계간지 「예술의 향기」등 모두 7종의 정기간행물 발행인으로 등록되어 있다.이들 발행인 자리를 모두 내놓아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박씨가 발행인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공보처로부터 받았음에도 그를 사장으로 그냥 둔다면 정부는 법에 따라 세계일보등 관련 정기간행물에 3개월 이하의 정간조치를 내릴수 있다.박씨 자신도 1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세계일보측은 아직 공식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박씨를 발행인에서 해임시킬게 유력시되고 있다.박씨 사건이후 세계일보측과 비공식접촉을 가졌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곧 사장을 그만둘 것 같다』고 전망 했다.

정부는 박씨의 거취를 결정하는 시한을 통보하지는 않았다.그렇지만 관례상 공문서가 발송된지 열흘 안에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는게 정부 관계자의설명이다.그 안에 발행인에서 정식 사퇴하든지 최소한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공식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목희기자>
1994-07-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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