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이 말이 되는가(사설)

복지부동이 말이 되는가(사설)

입력 1994-04-29 00:00
수정 199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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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공무원들에게는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덮씌워져 있다.중뿔나게 나섰다가 혹시라도 잘못되어 다치느니보다는 가만히만 있으면 본전은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무일도 안하며 눈치껏 『엎드려 있는 것』이란 뜻이 이말에는 담겨 있다.사려있는 공무원이라면 굴욕스럽고 자존심상할 일이다.

공무원은 인생을 공직에 걸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그러므로 공무원이란 단순한 생업이 아니다.국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한다는 명분을 함께 지닌 직이다.그런 사람들이 시대로 보나 나라를 위해서나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불명예스런 오명속에 봉직한다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유감스러울 것인가.풍요와 윤기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삶의 의미로 다소의 영예를 느끼게 하는 건전한 직업이다.그런 공직이 엎드려 눈만 굴리는 비겁한 집단으로 비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우리 공무원은 진작부터 너무 지탄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공무원을 비난하는데 아무 주저함이 없고 부정한 것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며 안일하고 무능하고 무소신한 집단의 모형처럼 일컬어지기도 했다.공직자의 모습이 이렇게 상징된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공직자자신들이 지은 업이다.현세적 영화나 안일을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닌 공직의 길을 그렇게 절하시킨 허물이 공무원자신에게 있으므로 공무원들은 그것을 벗는 노력을 피나게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그래야만 스스로의 신성한 선택을 빛나게 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의 공무원상이 그토록 무참히 절하되어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그들은 우리가 버려도 고만인 식민지시대의 이촉도 아니고 적대해도 고만인 남도 아니다.우리의 국정을 마침내 집행하도록 맡겨야 할 최후의 보루다.다소 마땅치 않고 실망스럽더라도 그들을 배제하고는 아무것도 이뤄질수가 없는 이나라의 중추다.그런 공무원들이 실의와 좌절의 늪을 헤매며 딴전만 피게 해서는 안된다.그들이 왜그렇게 몸을 사릴수 밖에 없는지 무엇이 그들의 신명을 그토록 앗아갔는지를 헤아려야 한다.김영삼대통령이 『공직자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지시한 말에 온축된 의미를 살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가 생존을 위한 개혁을 해야하는 시대다.개혁은 그 당대의 인적자원이 하는 일이다.특히 국정은 어느 경우든 공무원이 한다.외연에서의 방관적인 비판이나 탁상의 사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공무원의 도덕적 자질과 능력의 수준에 좌우되는 것이 개혁의 성패다.굴욕스런 모욕이나 신랄한 비난만으로 「엎드려 있는」 그들을 일으키지 못한다.동지적 애정과 희생을 공유하는 상하관계를 포함한 획기적 방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그리고 그일은 아주 초미에 와닿은 다급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1994-04-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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