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 금융사고」 은행지점장 자살

「백만불 금융사고」 은행지점장 자살

입력 1994-04-02 00:00
수정 199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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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도곡지점 전만일씨/감사자료 재촉받고 아파트 투신/결제해준 수출신용장에 하자/중 은행 지급거절로 고민한듯

미화 1백만달러의 수출신용장(L/C)을 사기당한 은행지점장이 이에 대한 감사원의 일반감사를 앞두고 본점으로부터 자료제출을 요구받자 투신자살했다.

1일 낮 12시10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538 진달래아파트 3동1006호 복도에서 국민은행 도곡동 지점장 전만일씨(50·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성아파트 302동 605호)가 30m 아래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 김용득씨(56)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날 숨진 전씨가 『10층에 올라간다』고 말한뒤 무작정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뒤따라 올라가 보니 전씨가 이미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숨진 전지점장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감사원의 국민은행 본점및 지점에 대한 일반감사에 앞서 본점으로부터 예비감사자료를 재촉받자 이날 자살을 결심한뒤 은행에서 가까운 진달래아파트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측에 따르면 전지점장은 지난해 12월 수출업자 김모씨와 국내 H운송업체를 통해 중국의 수입업체와 1백만달러 상당의 물품구입계약을 맺고 수출신용장과 선하증권을 받은 뒤 돈을 내줬으나 중국측이 서류하자를 이유로 대금지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전지점장은 그후 수출업자 김모씨마저 달아나자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씨는 또 자살에 앞서 본점 외환업무부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나 서류가 위조된 것이 아니고 표기에서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소송을 통해 손실금을 보존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감사를 앞두고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전지점장은 자살직전 아파트복도에 남긴 유서에서 『회사에 누를 끼치고 한심스러운 일을 저질러 유감스럽다.사기당사자 김씨를 고소하려고 했지만 이것이 결국 회사에 더욱 누를 끼치는 행동이므로 죽음으로 사죄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숨진 전씨는 그동안 본점 감사실근무를 거쳐 전남 광주지점장을 지냈고 지난해 11월22일 처음 서울지역 지점장으로 발령받기 직전에는 종로지역본부부본부장을 맡았었다.

전씨는 감사실근무자답게 평소 직장내에서 합리적이고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동료들은 전지점장이 지금까지 금융사고등으로 징계를 받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고 전했다.

친척들은 전지점장이 내성적 성격으로 쉽게 남에게 고민거리를 털어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지점장의 시신은 영동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부인과 아들,딸및 은행관계자들이 찾아와 빈소를 지켰다.

경찰은 전씨가 본점 감사반 출신인 점으로 미루어 감사를 앞두고 자신의 금융사고가 드러나 사회문제화될 것을 우려해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사고액수가 한화로 8억여원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 현직 은행지점장이 이 액수때문에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은행관계자들을 상대로 또다른 금융사고가 있는지를 캐고있다.<우득정·박은호기자>
1994-04-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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