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대한항공/“연주회에 건다” 문화투자 경쟁

아시아나/대한항공/“연주회에 건다” 문화투자 경쟁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4-03-17 00:00
수정 199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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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금호 현악4중주단 지속적 후원/대한항공/불 바스티유오페라단 큰 효과,평가

항공업계의 주도권을 놓고 피나는 경쟁을 벌여온 국내 두 민항사가 이번에는 연주회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후원하는 금호현악4중주단이 19일 하오 3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5회에 이르는 올해 연주의 대장정을 시작하는데 이어 대한항공은 내달 정명훈이 이끄는 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단을 초청하는데 거액을 지원키로 한 것.이같은 경쟁은 물론 홍보전의 일환이지만 그동안 기업들에 외면되어 온 문화투자라는 방식이어서 우리 기업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악투자의 선두주자는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는 잘 알려진 대로 금호그룹의 주력기업이다.금호그룹은 일찌감치 지난 90년5월 금호현악4중주단을 창단했다.그동안 주로 국내외의 아시아나항공 취항지에서 연주회를 갖고 입장권은 항공사 대리점에서 무료 배부하는등 악단의 운영이 항공사의 홍보와 적극 맞물려 있었다.금호현악4중주단은 지난해 7월 바이올린에 김의명과 이순익,비올라에 위찬주,첼로에 홍성은이라는 호화진용으로 팀을 재구성,의욕적인 새출발을 하는 한편 성공적인 홍보로 기업이미지 증진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대한항공으로서는 움찔할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측이 결정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2월18일.김영삼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한 것이 계기가 됐다.박성용금호그룹회장과 조중건대한항공부회장도 초청된 이날 대통령 발언의 요지는 『기업이 그동안 정치자금 내던 돈을 이제는 문화에 투자하라』는 것.박회장이 가슴을 폈던 반면 조부회장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그래서 움켜쥔 것이 예술의전당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다 경비문제로 주춤하던 바스티유오페라단 초청이었다.대한항공은 이 공연에 금호현악4중주단 한해 예산의 4배에 해당하는 10억원을 투자한다.대신 5회의 오페라 공연과 2회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입장권의 대부분을 정계·재계·언론계를 비롯,대한항공의 상용우대고객들에게 돌린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인들의 「태극날개(대한항공)와 색동날개(아시아나항공)의 연주회장에서의 공중전」에 대한 시각은 이렇다.단기적으로는 화제를 불러 모을 태극날개가 우세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색동날개가 압승을 거둔다는 것.바스티유는 거액을 들이지만 그만큼 다시 기약하기 어려운 단발성인 반면 금호4중주단의 경우 우리 음악계에서 가장 척박한 실내악분야에 대한 투자인데다 전용공연장 건립을 포함한 장기육성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서동철기자>
1994-03-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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