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의원 연수를 보고/최병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민자의원 연수를 보고/최병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최병렬 기자 기자
입력 1994-03-11 00:00
수정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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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과 10일 이틀동안의 민자당 의원·지구당위원장 합숙연수는 사실 뜻깊은 행사였다.

연수목적이 고상하다거나 어떤 성과가 기대돼서가 아니라 정치개혁 관련법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자 성패의 관건을 쥐고 있는 일선 정치인들의 표정을 비록 여당뿐이기는 하나 한꺼번에 살펴볼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연수는 이같은 측면에서 볼때 형식과 내용등 모든 면에서 실망을 느끼게 해준 행사였다.

우선 명색이 연수임에도 토론시간은 전혀 없고 지도부 보고와 설명,초청연사 강연등으로만 일정이 빽빽하게 짜였다.당연히 곳곳에서 불평불만이 새나왔다.참석자들은 『세상에 국회의원들에게 똑같은 유니폼을 입혀 교련식 집체교육을 시키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진부한 주제에 상식수준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도록 하는게 연수냐』고 투덜댔다.특히 일부에서는 『지도부가 말로는 자율과 활성화를 외치면서 막상 일선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올까봐 입막음을 하느라 이렇게 일정을 잡은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그러나 문제가 많기는 의원및 지구당위원장들도 마찬가지였다.쑥덕공론식 불평불만은 많이 해도 공개석상에서 자신있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과거 집권당의 고질병인 「내키지 않지만 찍힐까봐 마지못해 따라가는」 구태가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게다가 일부는 강연도중 낙서를 하거나 아니면 강연장을 빠져나와 끼리끼리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때웠다.

가히 혁명적이라는 정치환경의 대변화를 맞고 있는 우리 정치인들의 현재모습이다.

한 의원은 정치개혁법 해설시간에 『야당의 「전국구 공천장사」를 막는 조항을 왜 넣지 않았느냐』고 따졌다.신상식국회정치특위위원장이 『별도조항은 없지만 당비의 상한규정이 있으며 야당이 이를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답변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우­」하고 야유를 보냈다.상대방이 법을 지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며 이는 어쩌면 속마음일 수도 있다.

초청연사인 대우조선소박동규소장은 『근로자 전체에게 안전헬멧을 씌우는데 1년,그러고나서 턱끈을 모두 매게 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사람의 의식이 그만큼 바뀌기 어렵다는 말이다.연수참석자 가운데 이 말을 들으면서 정치의식의 변화에 얼마가 걸릴지를 가늠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1994-03-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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