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태만의 생수행정(사설)

직무태만의 생수행정(사설)

입력 1994-03-10 00:00
수정 199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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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행정의 표본이던 생수시판 문제가 결국 대법원에 의해 매듭지어졌다.생수의 시판을 금지한 보건사회부의 고시가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보사부가 생수시판을 곧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행정부가 처리했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가 대신 해결하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생수정책에 관한한 지금까지 행정불재의 상황이 계속돼 왔다고 말할 수 있다.생수의 국내시판이 처음 검토된 지난 88년 이후 지금까지 당국은 「허용」과 「불허」입장을 수시로 번복하면서 현실을 외면해 왔다.역대 보사부장관 대부분이 생수시판의 불가피성 및 불허의 위헌성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국민계층간의 위화감 유발과 수돗물에 대한 불신 확대를 우려해 결정을 미루어 온것이다.

이처럼 행정당국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의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 생수시장은 연간 1천억원 규모로 확대되고 외국생수업체의 국내상륙까지 임박한 상황이 됐다.법적으로 금지해 놓고 공공연히 팔리고 있는 것을 단속은 안하는,「법 따로 현실 따로」의 행정이 바로 정부 역량을 의심하게 만들고 준법정신을 퇴색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다.하긴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의 그런 행정이 어디 생수시판 문제뿐이겠는가.

이제라도 행정당국은 생수시판에 따른 철저한 대비책을 세움으로써 그동안의 직무태만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할것이다.우선 시판생수의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생수의 규격기준,즉 수질기준과 생산시설 기준을 엄격히 해서 위생적인 생수가 공급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그동안 시판 생수는 규격기준도 감독행정도 없는 상황에서 제조 판매되어 왔기때문에 그 품질을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심지어는 시냇물이 생수로 둔갑하기도 하고 더러운 폐수를 배출하는 가축우리와 두엄더미 화장실 옆에 생수업체가 자리잡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생수의 취수로 인한 지하수 고갈과 지하수 오염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생수시판 허용에 앞서 지하수 지도부터 작성하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지하수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할것이다.현재도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하수가 오염돼 있는데생수시판 허용으로 가속화될 지하수 오염의 방지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수돗물의 수질개선이다.국민의 절대다수가 식수로 이용하는 수돗물의 수질개선 노력없이 생수가 시판된다면 그야말로 계층간의 위화감을 유발하여 사회불안정을 가져올 수도 있다.생수를 마실 사람은 마시게 하되 수돗물도 안심하고 마실수 있게 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수돗물의 3천7백배에 이르는 현재의 생수값을 조정,저소득계층도 큰 부담없이 생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할것이다.
1994-03-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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