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계산된 지연전술… 앞길 험난/남북특사교환접촉 답보 언저리

북의 계산된 지연전술… 앞길 험난/남북특사교환접촉 답보 언저리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4-03-04 00:00
수정 199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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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반입중지등 조건 또 추가/대미회담 의식 막판에 태도 바꿀수도/한·미양국,북핵해결 시간표 재조정 불가피

3일 판문점에서 열린 특사교환을 위한 제4차 실무접촉이 진전없이 끝났다.향후 남북 관계개선의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오는 9일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날 북한측의 태도로 볼때 특사교환 성사가능성을 낙관할 수도 없게 됐다.나아가 한미 양국의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표」도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뉴욕의 미·북 실무접촉 합의에 따라 열린 이번 접촉에서 북측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무성의한 태도를 드러냈다.지난해 세차례 접촉에서 내세웠던 이른바 「핵전쟁연습」중지와 국제공조중지체제포기 등 두가지 전제조건 이외에 새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반입중지를 요구하는가 하면 김영삼대통령의 발언내용에 시비를 걸어오는 등 의도된 지연전술을 펴고 나왔다.

이같은 태도는 체제유지를 위해 미국과의 3단계회담에 매달리고 있는 북측이 마지 못해 남북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여실히 반증하고 있다.즉 북측이 핵카드의 효력을 극대화시키 위해서 특사교환 결렬의 책임을 우리측으로 떠넘기면서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물론 북측도 특사교환이 미·북 3단계회담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때문에 막판에 자세를 1백80도 바꾸는 북측의 협상술을 감안한다면 제5차 실무접촉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이날 접촉에서 네가지 요구가 특사교환의 전제조건이냐는 우리측의 추궁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북측도 한미 양국의 추후 대응을 저울질해가며 이들 전제조건에서 발을 뺄 여지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이후 핵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벼랑끝 협상전술」을 추구해 우리측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도 많다. 즉 미·북 3단계회담이 예정된 오는 21일까지 실무접촉을 질질 끌고 나가다 막판에 특사교환 원칙에만 합의해 줘 3단계회담을 성사시키고 실제 특사교환은 그 이후로 넘기는 곡예를 할 공산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측이 현단계에서 남북대화에 임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이는 김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취임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정상회담 개최의사를 밝힌 마당에 새삼스럽게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를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취소를 요구하는 데서도 감지된다.이같은 판단의 연장선상에 본다면 특사교환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구본영기자>
1994-03-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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