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사회담당 비서관의 청와대 1년

김영준 사회담당 비서관의 청와대 1년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4-02-25 00:00
수정 199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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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라는 일 많아 정신없었죠”/정부가 어떤 위치에 있고 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때

이제는 조금씩 잊혀가고 있지만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반체제 세력인 재야는 분명한 실체를 가진 정국의 한 축이었다.

문민정부로서 정통성을 지닌 새정부는 이러한 재야세력에서도 일부를 대통령의 보좌진에 기용하는 등 정부정책 결정과정의 중요한 몫을 맡기고 있다.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한 사람이 청와대교육문화수석실의 김영준사회담당비서관이다.

김비서관은 노동계에서는 잘 알려진 노동운동이론가이다.연세대 재학중,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일하던 70년대 중반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2차례 투옥된 경험이 있다.또 노동운동시절 한때 민중당사무차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재야의 싱크탱크인 나라정책자료실의 실장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김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맡고있는 일은 이른바 「전국연합」 「전농」 「전교조」등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는 재야단체및 「경실련」등 사회단체와의 창구역할이다.

재야출신인 김비서관이 체제의 정점인 청와대 안에 들어와 바라본 지난 한해의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비서관은 지난 한해를 해방이후 계속된 대내적,과거지향적 역사를 마감하고 세계와 미래로의 역사를 새롭게 출발시키는 커다란 전환점이 된 1년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그는 새정부의 탄생 자체와 개혁작업,국제화의 선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김영삼대통령정부가 지난 한햇동안 이루어놓은 것만 갖고도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비서관은 『새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나가면서 여러가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현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김비서관은 『지금 국민들은 현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고도 말했다.그는 『봇물이 터진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등 모든 분야에서 이것도 해달라,저것도 해달라 하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면서 『그러나 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 있고 아직 하기에는 이른 일도 있다』고 한계를 명확히 했다.그는 『이 정부가 어떤위치에 있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국민들이나 공직자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비서관은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를 공직자와 국민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그는 우선 정치인과 관료등 지도급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김비서관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가려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이제는 불과 몇해 사이에 세상이 바뀌기 때문에 시간에 맡기는 자연적인 세대교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정치인들이나 관료나 교육자등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몇명이라도 스스로 과거를 고백하고 「후진들에게 진정한 개혁을 맡긴다」는 말과 함께 물러나는 용단을 내린다면 사회분위기는 대번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물론 그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그러나 그 정도로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는 지도층이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갔다 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다만 문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인정한다.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노동문제를 연구할 때만 해도 항상 노동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봤다.지금도 그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같다.그러나 「전교조」교사들의 복직과 울산현대중공업 파업등의 문제해결에 참여하면서 노동문제는 국가운영에 있어 하나의 변수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전세로 얻은 구로구 오류동의 18평짜리 연립주택에 부인 아들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굳이 숨기지도 않았는데 이웃사람들은 김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한다.김비서관은 서민들이 모여사는 그 마을에서 공연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를 걱정한다.이제는 서민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돼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기도 한다.그러면서도 청와대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바라보는 현실이 부담스럽다.그리고 바로 그런점에서도 아직까지는 개혁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고 한다.<이도운기자>
1994-0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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