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조속 인양” 믿었더니…/조승진(현장)

“시신 조속 인양” 믿었더니…/조승진(현장)

조승진 기자 기자
입력 1993-10-15 00:00
수정 199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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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작업도 지지부진… 유족들 초조

무겁게 깔린 어둠을 뚫고 격한 말다툼 소리와 함께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14일 새벽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 슬픔에 가득찬 위도면사무소.

『밤샘작업을 해서라도 사체를 건져내는게 급선무가 아닙니까』

『철야작업을 한다 해도 오늘안으로 사체를 모두 인양하기란 불가능하니 날이 새면 작업을 재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훼리호 선실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사체인양작업을 철야로 할것이냐의 여부를 놓고 유가족과 사고수습대책본부측이 벌써 2시간째 실랑이를 벌였다.

『밤이 깊어 바람이 세찬데다 시계도 짧아져 새벽에 다시 작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대책본부측 대표로 참석한 해난구조대장 진교중대령(41)의 입장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민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13일까지 인양작업을 다 마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으면서 날이 새면 작업을 하겠다는게 말이 되느냐』주민들이 사뭇 흥분돼 「약속」부분을 들먹이는 저간의 사정은 이러했다.

대책본부측은 지난 11일 유가족들에게 인양작업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기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책본부측은 『구조대원들이 인양작업을 하러온건지 놀러온건지 모르겠다』며 거칠게 항의하는 일부 흥분한 유족들의 기세에 밀려 『철야작업을 해서라도 13일까지는 사체인양을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실 이 약속은 지키기 불가능한 것이었고 이로 인해 양측이 밤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사체인양작업은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됐고 14일 상오 6시까지 이어졌다.그러나 주민들이 끈질긴 요구를 통해 얻어낸 그 시간동안 겨우 12구의 사체를 인양했을뿐이다.합동구조대측은 철야작업을 계속 했지만 사체를 모두 인양하는데 실패,약속을 못 지킨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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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는 줄은 알지만 졸지에 부모자식을 잃고 3∼4일씩 시신확인도 못한 유가족들의 입장도 이해해줘야 합니다』대책본부측과의 협의회를 마치고 면사무소를 나서던 한 유가족의 말에서 사체인양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초조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1993-10-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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