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숭배,정치이념으로 발전”/구한말∼일 강점기 민족적결속을 다져

“단군숭배,정치이념으로 발전”/구한말∼일 강점기 민족적결속을 다져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3-10-07 00:00
수정 199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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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연 정영훈연구원 「단군민족주의… 」 논문서 주장/자주독립·통일 추구하는 밑거름 역할

「단군이 실제로 존재했는가,또는 신화속의 인물일 뿐인가」라는 학계의 논란과는 별도로 우리 사회에는 단군을 국조로 믿고 숭상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우리의 근대사 진행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군숭배」현상을 정치이념의 하나로 풀이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정영훈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단군민족주의와 그 정치사상적 성격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단군민족주의를 「단군을 민족 공동의 조상으로 여기고 그를 토대로 민족의 자주독립과 통일·발전을 추구하는 사상 또는 정치적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정연구원은 단군민족주의는 적어도 「단군사화」가 처음 수록된 역사책인 「삼국유사」가 발간된 고려 중기(1281년)에 시작됐다고 보았다.

이후 구한말에 나라의 기틀이 위태로워지자 「우리는 단군할아버지의 같은 후손」이라는 민족적 연대감이 확산되면서 각 분야에서 단군의 이름 아래 민족적 결속을 이룬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독립군 간부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의 애국가에 「품질좋은 단군자손 우리 국민일세」라는 대목이 들어 있는 것을 비롯,독립군들의 격문은 으레 「단군자손들이 한데 뭉쳐 궐기하자」고 돼 있어 단군이 민족부활의 구심점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종교부문에서 단군교­대종교가 등장한 것이나,학문분야에서 민족주의사학이 탄생하는 등 국학이 부흥한 것들이 모두 단군민족주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것이라고 정연구원은 풀이했다.

정연구원은 그러나 이같은 「단군숭배」가 민족의 자주독립등 추상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호로만 쓰인 것이 아니며 정치운동으로서 일정한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즉 「한 사람의 왕과 소수의 양반귀족이 군림하던 구한말의 절대군주국가 체제를,다같이 단군의 자손인 민족 모두가 공유하는 국민국가로 바꾸자는 것」이 그 목표였다는 주장이다.

「단군숭배」는 결국 단군민족주의의 겉모습이었으며 이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군민족주의는 그 내용을 보강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한말부터 확산돼온 단군민족주의는 「3·1운동」에서 응집된 대중의 힘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고 밝히고 이후 조소앙의 「삼균주의」,안재홍의「신민족주의」,안호상의 「일민주의」등 숱한 민족주의 이론을 잉태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연구원은 단군민족주의는 정부수립후에도 ▲단기(단군기원)연호의 공식사용 ▲개천절의 국경일 지정 ▲「홍익인간」사상의 교육이념 제정등으로 국가의례속에 제도화돼 이어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단군이 역사상에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보다는 「상징화된 단군」이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생명력이 더욱 소중하다』고 강조했다.<이용원기자>
1993-10-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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