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으며/김성옥 시인·서림화랑대표(굄돌)

가을을 맞으며/김성옥 시인·서림화랑대표(굄돌)

김성옥 기자 기자
입력 1993-09-18 00:00
수정 199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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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살갗에 와 닿는 한 줄기 바람으로부터 가을은 온다.신선한 바람 한 점이 여름내 땀에 전 우리들의 일상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마음을 맑게 닦아준다.

그저 바쁘기만 하고 아니면 그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뜻없이 보내기만 하던 나를 되돌아보는 가을이다.가을은 바람도 신선해지지만 그 속에서 내 인생의 신선함도 찾아야 한다.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내 마음의 깊은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드높은 푸른 하늘만 있을게 아니라 내 마음의 푸르름 또한 가꾸어야 한다.

가을엔 대자연의 법칙 속에 살고 있는 소우주인 「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그동안 잊고 있었던 진실된 「나」를 만나는 계절이다.육체적인 것,물질적인 것,보이는 것,일시적인 것에만 몰두해 왔지만 정신과 혼의 문제,영원한 것,소중한 것,보람있는 것,가치있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유한의 생,무의미의 가을 살고 있는 헛되고 허무한 우리의 나날을 풍요롭고 보람된,살아있는 생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영원한 것을 만나는 일이다.「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들지 않더라도 예술가들은 육체의 짧은 생을 예술작품을 통해 극복하고 그 정신과 혼을 후세에 남김으로써 영원히 살아있다.그들의 드높은 정신과 열정과 혼의 세계를 느낌으로써 우리의 정신도 높아지고 귀해지고 영원해진다.잠시 짬을 내면 찌들고 허무한 나날 속의 내가 아니라 참으로 소중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그저 살아있는 내가 아니라 뜨겁게 살아있는 나를 찾을 것이다.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의 조각들이 지금 서울 시내 한복판에 와 있다.동아갤러리에 가면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호암갤러리의 샤갈전도 우리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현대 중국화 4인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문화가 산책을 해보는 것도 이 가을을 맞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1993-09-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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